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비가 내린다

그냥. . 2023. 11. 26. 21:49

 

엄마네 미장원에서

멍뭉이 전용 엄마 미용사에게 맞겨저서 

이것이 최선입니까?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우리 멍뭉이~

왜! 이쁘기만 하네 

우리 멍뭉이가 세상에서 제일로 귀여워~ 

달래 보아도 눈만 땡그러니 굴리며 못마땅해한다.

이제는 조금 나아졌지

며칠 지났으니까~

8년을 전용 미용사로 일을 했어도 실력은 그다지 변한 게 없다.

다만 시간만 좀 단축되었을 뿐~

아 또 하나 변명이 많이 늘었지

그래 나만 이쁘면 그만이지 뭐

여기 쫌 삐죽 저기 쫌 삐뚫 그러면 어때!

내 눈에만 이쁘면 돼! 한다는 거.

여전히 미용하실 때는 까칠하시지만

그럼에도 많이 부드러워지셨다는~~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못난이가 되어 버린 멍뭉이 미용타령이다.

 

비가 소곤소곤 내리고 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다만

창밖 비가림 처마에  또록 또로록 물방울이 맺혀

하나 둘 떨어져 내리는 것이 보일 뿐..

엄마 김치는 틀리는 법이 없다.

목요일 저녁때 가서

금요일 간 절이고,

토요일 씻어서 물 빼고

일요일 오늘 버무렸다.

이렇게 딱 세 줄로 끝나는 김장..

그 사이사이에는 수도 없이 많은 엄마의 마음과

노동과 시간과 정성과

나의 분주함과 동네 아주머니의 정이

담뿍 담겨 있다.

저녁 먹고 전화해 보니

엄마 목소리가 피곤하다.

나 집에 와서 냉장고 정리하고 밥 해서 먹는 동안

엄마는 남은 설거지 하시고 정리하시고 그러셨겠지

엄마가 제일 개운하고 좋을 것 같다.

김장...

사다 먹어도 그만이고

절임배추 사다 해도 된다고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허리 꼬부라진 할머니들도 다 하는데 그런다며 

우기셔서..

내년에도 하시겠단다. 

흐...

그만큼 건강만 하시면 좋겠다 그냥 마음 내려놓았다.

엄마랑 사흘밤을 자면서..

아홉 시면 불을 껐다.

낮에 바쁘게 움직이시느라 아홉 시가 되기 전에 

주무셨기 때문에

형광등을 꺼 드리고, 티브이 소리도 들릴락 말락 하게 

놓고 밤 열 시 넘으면 그것마저도 꺼 버리고

엄마 폰 불빛에 깨실까 봐 이불속에서 숨어 폰을 들여다 보고 

하다가 

엄마 뒤척인다 싶음

바로 폰을 뒤집어 엎어 놓곤 했다.

그리곤 그마저도 서둘러 잠재웠다.

그럼 아침까지 푹 주무셨다.

엄마 말씀이 

평소에는 언제까지고 불을 켜놓고, 티브이도 켜 놓고 주무신다고

불 켜져 있는 거 알면서도 자다 보면 끄기 귀찮아 그냥 자고

가끔은 텔레비전 소리가 꿈이 되기도 한다 하신다.

왜 불 끄고 눕지 했더니

그게 잘 안된다고...

엄마 누우면 얼마 안 있다 주무시잖아.

그러니까 눕기 전에 불 끄고, 리모컨만 옆에 두고 있어.

그러다 졸리면 리모콘 누르고 자~ 했더니

그래야 는데 잘 안되신다고..

엄마는 어쩌면 혼자라는 외로움 내지는

혼자 겪는 밤이 어느만큼은 여전히 두려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불을 끄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나도 혼자 집에 있게 되는 날이면

오래도록 불을 밝혀두고는 하는데

엄마는 그게 일상이니 혼자 감당해야 하는 밤의 무게마져 가볍지는  않으시구나 싶다.

씻으며...

살이 쫌 쪘나?

팔도 굵어진 것 같고...

엄마네 가서 밥 잘 먹어 살쪘나 봐~생각하는 내가 참 

우습더라는..

 

창문을 빼꼼하니 열었더니

빗소리가 들린다.

이명인지 빗소리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서

열어 봤어.

그랬더니 비가 아까보다 조금 더 내리고 있나 봐.

이명은 이명이고

빗소리는 빗소리였던 거지.

비 말고 눈.. 이제 그럴 때 안되었나?

너무 많이는 말고,

적당히 예쁘게 눈이 내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내 몸이 피곤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 자고 내일 지나면 아.. 피곤하다.. 하겠지.

백김치를 좀 담아볼까 한다.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맛나다니 한 번 해봐야지..

엄마가 주신 배추가 네 포기나 있다.

맛나게 담아서 엄마도 한쪽 가져다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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