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랬다
그냥 나는 트리 하나 갖고 싶었다.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감성이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인데
나는 이런 걸 좋아했다.
아니 지금도 좋아한다.
별것도 아닌 소품,
별것도 아닌 분위기
아무것도 아닌 그런
별것도 아닌 저런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 불빛
그런 것..
아이들 아주아주 어렸을 적 부터 트리 하나 들여놓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게는 그런 건 바라 볼 수 없는 사치였다.
그러다가 이모님이 큰 집으로 이사 가시면서
버린다고 내 놓은 하얀 트리를 달라고 해서 집에 가져다 놓았다.
장식품도 사고, 은방울 금방울도 사고 꼬마전구도 달았지만..
거실에는 두지 못했다.
애들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해해주실 일이 아니었던 거다.
불호령이 떨어졌겠지. 쓸데 없는데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그렇게 아이방에 두고 정말 눈치 봐 가며 잠깐씩 불을 밝히고...
그렇게 지나갔다.
아이들은 서운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나는 무척이나 서운했었다.
아닌 속이 상했었다.
몇 년을 그러다가 그만 두었다,
어차피 즐기지도 못할 거... 싶은 포기
그리고도 뭔 미련인지 그것들이 들어 있는 박스를 어쩌지 못하고
몇년이나 더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도 나는 연말이라고 연말 분위기 내는 집들을 보면
마음이 싸아했다,아니 정말 부러웠다.
큰것도 아닌데 안된다는 상황이 불만스럽게도 했다.
그냥 그랬다.
그러다가 정말로 나이 먹어 그런 감성도 사라지고
되는대로 사는 거지 싶게 살았었는데
리모델링하고...
내 작은 공간도 생기고...
날이 추워지니 눈도 기다려지고,
그래 불멍이나 해보자 싶어 에탄올 난로 하나 들여놓으려다가
위험하지 싶어 관두고
아들이 지가 인정하는 첫 월급이라며 준 용돈으로
내 공간에 쓸 난로랑 트리를 사자 마음먹었다.
추워지니 난로 먼저 들여놓고...
트리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작나무에 꽂혔다.
자자나무 트리로 사야지~
그러고 어떤 걸, 어떤 크기로 살까 고민고민 하다가...
좀 한가해지면.. 미루고,
저 아이를 보고 저거 사야지... 했다가
미루면서 또 커튼조명이 너무 이뻐 보여서 그거 살까 하다가..
아냐 너무 과해 싶어
몇 날 며칠을 고민 하다가 트리 하나 구입하는게 이렇게 고민 할 일인가 싶을만치
고민하고 비교하고 해서
결정했다.
잘한 것 같다.
예쁘다.
깔끔하고
내 공간에도 딱 맞고,
거실에 한 세트
내 공간에 또
그렇게 두었는데 너무너무 좋다.
그래.... 이거지 싶은..
이걸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할 수 있게 되었네... 싶은 뿌듯함..
작은아이에게 네가 준 용돈으로 이거 샀어. 문자 보내고,
큰아이에게 이쁘지~ 하고 자랑하고,.
좋다...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을 만치..
아니 이게 뭐라고 이렇게 좋을 일인가 싶기도 하다.
너무 좋아 예쁘지~ 남편한테 몇 번을 물어보고..
그래 이쁘다. 이쁘네 해 주는 남편...
그것도 못하고 살게 해서 미안하네 하는데
코끝이 시큰했다.
나와 성향이 많이 다른 남편에게는 이게 뭔데 싶었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니
고마운 일이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가 되면
착한 일 하지 않았어도,
공부 잘하지 못했어도
내게도 누군가 선물 하나쯤 건네주지 않을까... 싶었던
그때 그 설렘..
새벽송이 꽁꽁 얼어붙은 창호지 문을 조심스럽게 흔들면...
혹시 가난한 이 초가집 초라한 마루 위에
새벽송의 은총으로 초코파이 하나라도 놓고 가지 않을까 싶어
옆집으로 옮겨 간 새벽송 소리를 밀어내며
잠들어 있는 방문에게 삐그덕 거리지 말라고 부탁이라도 하듯
슬그머니 고개 내밀어
마루를 살폈던 기억...
크리스마스가 좋은 게 아니라
그냥.. 그 분위기가 좋았던 것이다.
추워 죽겠는 날에 뭔가 모르게 느껴지는 따듯한 온기 그게 좋았던 것 같다.
좋다.
두 뼘 정도 되는 저 작은 반짝이는 트리가 있어.
이 추운 겨울밤
여기 이렇게 앉아 있어도 참 좋다.
왕 큰 비용 들여 집 리모델링 한 것 보다
우리집에도 트리 있다~ 소리라도 지르며 자랑하고 싶은 심정이다...
흐...
이런 내가 나도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