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분리수거를 해서 내놓으러 가는데
달이 곱게도 떴다.
말간 겨울 밤 하늘에 말갛게 세수를 하고 나온 둥근달..
달이 밝아 참 포근하구나 싶었다.
달이나 별을 보게 되는 날이면..
아이들 하교시키던 기억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초등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그리고 대학 때도 가끔..
큰아이는 직장 다닐 때도 회식하거나 친구 만나고 들어오는 날이면
가끔 버스정류장에서 아이를 기다려 데리고 들어오곤
했었는데....
나가면서 단 한 번도 귀찮다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잠깐..
늦은 시간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 차 있는 데까지 계단을 내려가
걸어가는 그 잠깐의 시간 속에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습관이었고..
별이 많네...
달이 밝구나..
어머 쪽발이 이쁘게도 떴네.. 하며 늘 별은 달은 그리고 밤하늘은
그렇게 내 일상의 배경이 되고는 했었는데..
시절은 지나가는 거라던가..
그 시절이 지나고 보니 추억이고 또 그립네..
이제 밤에 아이들 마중 나가는 일은 없어졌고,
어쩌다 한 번 나가야 하는 일이 있어도 남편과 함께이니
그 시절도 정말 추억이구나 싶다.
지금 이 시절도 지나고 나면 애틋한 추억이 되겠지
매년 성탄 때마다 이모님이 챙겨 주시는 케이크를 늘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는 했었는데
오늘은 남편이랑 한 조각 나눠 먹었다.
이모님이 빵가게를 하시는 덕분에 빵 귀한 줄 모르고,
단 음식 별로인 우리는 케이크도 그냥 그랬는데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내 성향이겠지..
자꾸 가라앉는 기분은..
자꾸 늘어지는 체력은..
아마도 내 성향일 거야..
아마도가 아니라 정확히 그렇다고 할 수가 있지.
그런데 가끔 이런 내 성향이 주변 분위기까지 끌어내리는 것
같아서 좀 그렇다.
요즘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서 더 그런것 같다.
좀 생기 발랄하고, 활기 넘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내가 가끔은 미안하다.
주변 가족들에게..
그러다가도 멍뭉이에거 혀 꼬부라지는 소리 해 가면서
어린 아가 대하듯 하는 나를 볼 때면..
허... 어이없기도 하다.
그렇지만 멍뭉이 덕에 내 늘어짐이나 가라앉음이 가끔은
휘저어 놓은 잉크 몇 방울처럼 나를 끌어올리기도 하지
그래서 내겐 멍뭉이가 절실히 필요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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