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포근해진 날씨가 좋다.
창문을 열고 있는데도 춥다 느껴지지가 않는다.
싸아한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해서 좋다.
오후에 등 뒤로 쏟아지는 햇살의 따사로움을 느끼며
꽃밭에 풀을 뽑았다.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것은 풀이다.
아무리 뽑아내고 뽑아내고 또 골라서 뽑아내도
비만 내리고 나면 금세 쑥쑥 자라 있다.
그래서 풀인가
풀들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예쁘게 생기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비슷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나는 나~라는 듯 조금씩은
다른 풀들..
아마도 오백구십팔개쯤 뽑아낸 것 같다.
거기서 여든 일곱개쯤은 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전에 운동 할때부터 이유 없이 떨어지던 컨디션이
꽃밭에 풀 뽑고 나니 말짱해졌다.
그동안 광합성이 모자랐던 모양이다.
멍뭉이랑 산책을 하는데
산책로 주면에 풀들이 아주 초록초록 하다.
그 초록초록한 사이 사이에
하얀 냉이꽃이 피었다.
노랑과 하얀 민들레도 피었고,
자주색 제비꽃도 피었다
꽃분홍 광대나물꽃도 피었고,
애기똥풀 꽃도 귀엽게 피었다.
핑크핑크한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도
봄까치 꽃은 말해 뭐 해 싶게 흐드러지게 피었다.
광대나물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것이 너무 예뻐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실물을 그대로 담지 못해서 포기했다.
벚꽃만 동백만 목련만 조팝나무만
개나리 진달래만 꽃을 피운 게 아니다.
봄은 여기도 저기도 하늘에도 땅 위에도
햇살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이미 한창이다.
요즘은 길을 걷는 게 참 좋다.
멍뭉이 걸음에 보조 맞추며 걷다 보니
여유 있어 더 좋고 맑은 하늘도, 흘러가는구름도
길가에 꽃들에게도 눈 맞추며 걸을 수 있어 너무 좋다.
봄은 이러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봄이 좋다.
어릴 때는 가을이 좋다 했었는데..
물론 가을도 좋다.
근데 지금은 이 봄이 너무너무 좋다.
아침에는 운동 다녀오는 길에 송광사 벚꽃길로 돌아 들어왔다.
평일 오전이어서 그런지 드라이브하는 차들만 좀 있을 뿐 한가해서
너무 좋더라고..
내일모레쯤.. 일요일은 사람이 너무 많겠지..
다음 주 월요일쯤이면 흩날리는 벚꽃 잎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새벽에 일찍 나가야지...
송광사로 돌아 운동 가야지 싶다.
벚꽃잎 지는 건 꼭 봐야 해...
못 보면 1년을 또 기다려야 하잖아.
만개한 꽃도 이쁘지만 흩날리는 꽃잎에 환장하는 나는..
나는... 중년의 아줌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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