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괜찮은 오늘 2024

봄날은 가고 있다...

그냥. . 2024. 4. 12. 22:46

애기똥풀

짧지 않은 봄날의 하루가 후딱 갔습니다.

남들보다 조금은 느지막이 시작하기는 했지만 

휘리릭 바람 처럼 흘러가 버린 날이었네요.

찬 물로 설거지 해도 부담스럽지 않으면 제겐 완연한 

봄입니다.

고무장갑 위로 쏟아지는 찬물의 온도가 괜찮다... 싶으면 봄..

시원하다 그러면 여름인거죠.

젖은 양말 정말 극혐 하고, 구멍 난 고무장갑 정말 싫어합니다.

차라리 맨발에 맨손으로 느껴지는 차가움은 

포기가 되는데 젖은 양말이나 구멍 난 고무장갑에서 스며드는 

찝찝한 차가움은 정말 싫거든요.

치과에 다녀오는 길에 대형마트에 가서 

내게 딱 맞는 청바지 하나를 구입했습니다.

ㅎ.. 너무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청바지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들 하실지 모르지만

고무줄 바지가 아닌 내게 맞는 옷을 그것도 대형마트에서 찾았다는

사실이..

딱 하나 있더라고요.

원래 하나 있었는지 아니면 나 같은 누군가들이 먼저 체 갔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하나 남은 ㅎ...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장 바지들 왜에는 고무줄이 아닌 바지가 

없는 듯싶기도 합니다.

물론 오늘 구입한 바지도 히든으로 밴딩처리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밴딩은 내게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것이니 

이리도 기분이 좋네요.

바지하나에 이렇게 행복해하는 김여사라니...

못 찾아서 그렇겠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조금은 더 자주 누릴 수 있는

행복이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오후에는 아들이랑 같이 어머니 병원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병원 위치에 있는 주차장이 애매하다고... 

집에서 좀 거리가 있기도 해서 남편이 아들 쉬는 날 부탁을 해 두었거든요.

갔다 와 예약해 둔 세탁기가 빨아 둔 빨래 널고

택배로 시집온 나무 두 그루 꽃모종 하나 심고...

산책 다녀오고, 재활용품 정리하고..

중간중간에 고양이 유튜브 소식 궁금해하며 저녁 준비하고..

그렇게 저렇게 하루가 갔네요.

사실.. 정말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는 하지만

제겐 제법 분주한 하루였답니다.

봄 햇살이 참 좋았어요.

우리 멍뭉이는 벌써 더워하더라고요.

밖에서 몸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덥겠구나 싶었어요.

시시티브이로 들여다본 엄마네 텃밭에는

엄마가 오늘도 열심히 쇠스랑으로 땅을 파고 계시네요.

땅을 고르는 작은 농기계가 그 동네에도 있으면 좋은데...

엄마 텃밭을 갈아엎을 수 있는 그런 기계는 그 동네에는 없다 하더라고요.

기계로 하면 금방인데

팔순의 엄마 힘으로 하기에는 너무 버거울 것 같은..

얼마나 진이 빠질까...

저녁에 전화드리려다 말았어요.

통화하기도 귀찮지 않을까.. 싶은 내 생각..

어쩌면 기다리고 계셨을지도 모르는데

대부분의 저녁은 엄마와의 통화가 밥처럼 커피처럼 그렇거든요.

엄마에게도 일 말고 일상을 채울 수 있는 뭔가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시골 어르신들은 일에서 못 벗어나는지...

어쩌면.. 할 줄 아는 게 없어서가 아닌가 싶어요.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셔서 그것 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거예요.

그러니 몸 축나고 망가지는 거 알면서도 그것만 그렇게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어르신들 복지나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서

마을회관에 모여 함께 먹고 함께 놀고 함께 운동하고

또 가벼운 소일거리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평생을 일만 하셨으니 일 놓으면 큰일 나는 줄 아시는.. 우리 엄마 같은..

일 놓아 버려도 아무 일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더 신나고 재미있고 건강한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날 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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