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지붕 위로 눈썹달이 이쁘게도 떴다.
골방에 앉아서 달을 볼 수 있었던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열린 창쪽이 북쪽에 가까워서
가로등도 있고, 뒷집 숲 같은 마당도 있고 해서
늘 그쪽으로 열고 있어서 달 볼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반대쪽으로 열면 옆집 마당이 너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이유도
있기는 하다.
장미 조팝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서부해당화는 꽃잎을 날리고 있다.
지난겨울 끝자락에 상하지만 않았으면 너무너무 좋았을 것을..
남편이 옆집 남편 후배랑 베어 낸 감나무가 덮치는 바람에
내 여린 수서해당화 나뭇가지가
절반 이상이 상했다.
너무 속상해서 이게 살까 모르겠다 싶었는데
나머지 가지에서 꽃을 이쁘게도 피워 주었다.
그럼에도 찢겨 나간 부분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보고 싶지 않아서 눈길을 피하는데
오늘 보니 참.. 많이도 상했다
잘 살아낼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나무 아랫부분에서 새 순이 나오고 있기는 한데.....
이 나무도 생명력이 참 강하다 싶다.
반도 더 쪼개져 나간 반대쪽 가지마다 꽃을 물고 피우고
날리고 있으니 말이다.
벚꽃 잎 흩날리는 게 좋은 건..
흩날리는 것도, 떨어져 누운 것도, 뒹구는 것도 깔끔하고
예쁘기 때문이다. 녹지 않아서 질척이지 않는 눈 같은
봄날의 눈..
군더더기가 없다.
어디에서도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다.
그냥 딱 이쁘다.
미련도 뭣도 없어 보여 좋다.
수서해당화도 그렇네.
잘 버티고 잘 견뎌 주워서 내년에는 더 건강하게 더 많은 꽃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집 멍뭉이도 나이를 먹는 모양이다.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더워도 내가 마당에 있으면 어떻게든 나오겠다고
떼를 쓰고 나와서는 어떻게든 옆에 있으려 했는데
이제는 그런 부분은 좀 많이 좋아졌다.
마당에서 한참을 일을 하고 다녀도 거기 있나 보다... 하고
얌전히 집안에 있는 날이 많아졌다.
오늘은 일찍 느껴지는 더위 탓인지 산책 나가자 떼쓰길래 현관 앞에
내보냈더니 햇살이 덥게 느껴졌는지
뒤돌아 바로 들어오더라고..
더운 것도 이제 가릴 줄 알고..
천방지축 나가는 것만 좋아하더니 이제는 편안한 게 좋은 줄도
아는 멍뭉이가 되었다.
다섯 시 다 되어 나갔는데 바람은 진짜 좋더라고.
근데 햇살은 좀 부담스러웠다.
그새 덥다고?
춥다 덥다는 정 반대의 계절을 의미하는 말인데
너무 가깝게 붙어 있는 것 같다.
봄 건너뛰고 여름오나? 싶은...
그래도 이번 봄에는 벚꽃시절에 비가 내리지 않아서 꽃을 제대로
봐서 좋았다.
옆집 언니가 들에서 옮겨다 심은 제비꽃을 보고
며칠 전에 보았던 보랏빛이 예쁜 제비꽃을 찾아보는데 안 보인다.
그사이 다른 풀들이 많이 자라서 키 작은 제비꽃이 잘 안 보이는 것이다.
애기똥풀 꽃이 참 많이 보인다. 노란 민들레도 보이고, 광대나물꽃도..
자운영도.. 자운영은 참 예뻐..
화분에 심고 싶을 정도로 예뻐..
색도, 생김새도 참 예쁘다.
들에는 자운영도 애기똥풀도 노랑 민들레도 그리고 광대나물꽃도
꽃이다.
그런데 내 꽃밭에는 저 모든 것이 풀이다.
대접받지 못한다.
아니 대접받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보이는 대로 바로바로 뽑혀 나간다.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가...
어디에 자리를 잡느냐에 따라 제 이름 불리며 살아가는 애들과
이름 따위 신경도 쓰지않고 뽑혀 나가고 마는 잡초로 불리고 마는.. 건
오로지 자리 잡은 곳의 차이일 뿐....
열 한시가 다 되어 가는데
멀리... 어느 집에선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아마도..
저 마당 넓은 집에서 들리는 것 같다.
이웃이지만 이웃 아닌..
요즘 시골도 그렇다.
차로 마당까지 들어가 버리는 경우 많아서
가만히 있으면 하루종일 사람 구경하기 힘든 날도 있고,
한 달에 두어 번 얼굴 보게 되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그래도 날 좋은 계절에는 마당이며 골목을 오가며
마주치거나 만나는 일 종종 있는데
더워지거나 추워지면 모두들 달팽이처럼 집에 들어가거나
차로 움직여서 이웃에 살아도 얼굴 보기가
쉽지는 않다.
눈썹달이 옆집 지붕 가까이 더 내려와 있네
달 참 곱다.
달이 보여서 별도 보이나 하고 고개 빼꼼히 내밀어
밤하늘을 올려다봤는데 여기선 별까지는 안 보인다.
그래도 달을 볼 수 있다는 건 알았으니
가끔 들여다봐야겠다.
이렇게 달과 내가 시간 맞추기가 잘 될지 모르겠지만
종종 봤으면 좋겠다.
참 반갑다. 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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