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다.
예보처럼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소리를 제법 들려주며 비가 내렸다.
요즘은 비가 내리면 기대되는 게 생긴다.
비 내린 다음 날
햇살이 반짝 꽃밭에 놀려 오면
그동안 숨겨져 있던 뭔가가 툭 하고 튕겨져 나와 있지는 않을까?
풀인지 꽃인지 힌트도 안 주고 슬그머니 얼굴 내밀었던 애들이
나야~ 하고 인사해 주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
큰아이 자전거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고 해서
남편 차에 싣고 수리점에 다녀왔다.
아들 차에는 실리지 않는다는데 조금 크다고 남편 차에는 들어가더라고..
다행이지 뭐야.
비 내리는데 안 그러면 남편 친구에게 부탁하려 했었는데
금방 고쳐가지고 아파트 앞에 내려주고 왔다.
매발톱..
오래전에 아주 오래전에
동네 인근 식당에서 보고 너무 이뻐서 반했던 꽃이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나서였던 것 같다
다행히 씨앗이 여무는 시기가 맞게 방문을 해서
꼬투리 몇 개 따 가지고 와서
정성을 다해 상토에 심어 싹 틔워 천리향 화분아래 애써 심어 놨는데
애들 할머니가 풀인 줄 알고 뽑아 내 버려서 속상했던...
그리고 몇 번을 더 심고 싶었는데 내 공간이라 할만한
공간도 없었고, 발아가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었다.
그러다 2년 전 꽃밭이 생기고
꽃씨를 구입해서 모판에 심어 발아를 시켰는데
이게 정말 자라는 것이 더디더라고..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꽃밭에 옮겨 심어 겨울을 났었다.
살아남은 아이 몇 개가 자리를 잡았지만 공교롭게도 작년에는
내가 집을 비웠어서 꽃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해 여름 순심이네 꽃밭이 매발톱 꼬투리가 천지더라고..
자기도 매발톱 좋아한다고~
그래서 종류별로 씨앗 받아다가 황철쭉 밑에 그냥 뿌렸다.
꽃밭 좀 그늘진다 싶은 곳에도 원없이 뿌렸다.
이게 웬일이야. 대부분의 씨앗이 발아를 했더라고..
작년에는 유난히 비가 많기도 했고, 씨앗이 여물어 가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시기에 뿌려서 그런지 발아율이 놀라울 정도였다.
거기다가 구입해서 심은 것들도 잘 자랐다.
그리고 올봄..
아직 4월인데..
저렇게 청보라색이 예쁘게도 피었다.
저 색이 제일 먼저 피는 건지 내가 저 색 좋아하는 줄 알고
저 아이들이 더 열심히 발아를 해서 잘 자라 주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흰색꽃이 한그루 피었고 청보라색은 제법 많이 피었다.
처음은 색이 이도 저도 아닌 것 아닌가 했는데
날이 갈수록 예뻐지네.. 그리고 이쁘게도 지네..
가운데 종모양의 꽃만 씨방을 보호하려는지
남아있고 옆에 꽃잎들은 그냥 그대로 낙하하네..
내 스타일~
이쁘다.
흰색도 피었으니 또 무슨 색이 필지 기대가 된다.
아무래도 비가 내렸으니 더 부지런히 피어나지 않을까 싶다.
가만히 보니 내 꽃밭에는 봄꽃이 많이 없더라고..
7월에 꽃밭 만들고.. 그 이듬해인 작년엔 봄에는 내가 없었고,,
그래서 내 꽃밭의 봄이 어땠는지 잘 몰랐고,
지금 보니 그렇네 이것저것 심고 싶은 마음도 있기는 한데
어느 흙 아래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흙을 파서 뭔가를 채우기가 좀 망설여진다.
가을쯤... 월동되는 애들로 봄꽃 모종들을 좀 가져다 심어야겠다.
구근도 심고, 금냥화도 심고.. 복수초랑... 또 뭐가 있을까...
이것저것 들여놓고 싶은 것들이 많다.
내 꽃밭은..
마당 가장 안쪽에 있어서 말 그대로 나만의 꽃밭이다.
가끔 동네 언니들이 와서 들여다 보기는 하지만..
내가 집에 없으면 들여다 보기도 뭐 한 안쪽.. ㅎ..
그래서 더 좋다.
그냥 좋아..
그곳이 더 풍성하고 더 아기자기하고 더 화사하고
예뻐졌으면 좋겠어.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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