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겁 없이 매달려 있는 꽃이 신기하다.
금방이라도 툭 하고 떨여 저 내릴 것 같은데
딱 수술 하나에 저렇게 메달려 있다.
예쁘다.
아침부터 좀 분주했다.
손님이 오시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정리하고 청소하고...
그냥 기다리고 있으면 마음만 분주해서
창밖만 내다보고 있을 것 같아서
며칠 전에 고추 심으려고 텃밭 정리 하면서 뽑아 놓은
파씨 다듬기 시작했다.
장아찌 하려고..
아직 조금 더 두었으면 퉁실하게 알이 단단했을 텐데
좀 작고 여려 보이기는 한다.
그래도 어쩌겠어.
고추도 심어야 하는 때가 있고,
미리 거름도 넣고 갈아엎어야 하니 어쩔 수 없기는 했다.
마당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다듬다가
무릎 아파서 꽃밭 옆에 테이블 벤치에 앉아서 다듬었다.
멍뭉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는데
눈이 스르륵 감기는데 앉아 있다.
옆 드려 자~ 해도 소용없다.
일부러 엎드리게 하려고 하면 으르렁 거린다.
뭐가 저리 불안할까..
앉아 졸고 있는 모양이 참 가관이다.
웃음도 나고 안쓰럽기도 하고...
온다는 시간이 넘었는데 안 온다...
점심 먹고 오려나?
아... 그래 마트 다녀오자~
손님 접대용으로 뭔가가 있어야 할 것 같아 마트를
신나게 다녀왔다.
혹시 나 없는 동안에 올까 봐..
남편 전화가 왔다 점심 먹고 온단다고..
그래서 나도 급히 점심을 먹었다.
아침을 커피 한잔에 삶은계란 하나 먹었더니
허기가 지더라고..
밥 먹고.. 라테 한잔 만들어 다시 파씨 다듬기를 열심히 하며
시계를 들여다보는데..
점심시간도 훌쩍 넘어가는데 안 온다..
늦네....
마당 한 바퀴 돌고...
꽃들도 보고...
남편 전화가 왔다.
일이 생겨서 다음에 오기로 했다고 할 거 하라고..
ㅎ....
쫌 허탈하기도 하고.. 뭐 그리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데
혼자 기다려놓고는... 무슨... 싶은..
집안으로 들어와
편안히 앉아 텔레비전 리모컨을 누르며 자리 잡고 앉으니
우리 집 멍뭉이가 내 옆에 꼭 붙어서 눕더니 주무신다.
나보다 이 아이가 더 피곤한 모양이다.
나는 기다림 때문에 좀 분주했는데
너는 내가 분주하니 덩달아 분주했구나 싶다.
산책길 끝자락에 동네 언니를 만났다.
며칠 언니네 차가 계속 안 움직이는 것 같아서
좋은데 여행 가셨나...
아프신가...
톡 한 번 해볼까.. 하다가 며칠 뒤면 모임이어서
말았는데...
아저씨가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하셔서 병원에 계신단다..
미루지 말고 연락했어야 했다.
나란 사람은 참...
이렇게 게으름 피우다가 아무것도 못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