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겨울 나의 하루는 뜨개질로 시작해서 뜨개질로
마무리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었다.
지금 봄 나의 하루는 꽃밭에서 시작해서 꽃밭을 한 번
바라보는 걸로 마무리 되는 것 같다.
초저녁에는 비가 내렸었는데 그쳤네
요즘 산책을 나가보면 사람이 없다.
시작점에서 다시 시작점까지 돌아오는 데
한 사람도 못 만날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으스스하다.
꽃가루 때문이다.
천변에는 느티나무도 버드나무도 있다.
거기서 날리는 꽃가루가 눈 같다.
정말 연초록의 세상에 하얀 눈 같은 꽃가루가 날린다.
마스크도 쓰고 모자도 쓰고..
그래도 가끔은 얼굴도 가렵고 목도 칼칼하다.
멍뭉이에게도 분명 좋지만은 않을 건데
이걸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는 같이 걷는 걸 택했다.
맞는지는 모르겠다.
날리는 꽃잎은 눈 같아도 이쁘고 아련하기만 한데
버드나무 꽃가루는 더 눈 같은데 그냥 눈 같다.
하천에 흐르는 강물도 이상하다.
꽃가루가 둥둥 떠서 그런지 하늘이 들여다 보이지가 않는다.
그냥 뿌옇다.
그래서 비가 내렸으면 했다.
비가 내리면 꽃가루가 어느 만큼은 빗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비가 그쳤네.
내일도 물론 비 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얼마만큼인지 잘 모르겠다.
옆집 언니가 산에서 뜯어 온 취나물을 주셨다.
저녁에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서
무쳤더니 맛있더라고.
그래서 많이 먹었다.
간도 딱 맞고 맛났다.
거기다 귀한 자연산이니 더 맛있었다.
다른 반찬은 거의 손도 안 대고 취나물 하고만 먹었는데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갈증이 갈증이....ㅎ...
뭘 하나 제대로 받아들이는 게 없다.
예민 덩어리
누가 나를 예민 덩어리로 만들었을까?
누군 누구야 바로 나지.
어제
가까운 지인이 몸이 안 좋으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분 술 하고 너무 친했어. 했더니
그게 말이야..이러고저러고 해서 그때부터 그랬어.
하고 남편이 말한다
그게 무슨 이러고 저러고 때문이야. 술은 본인이 마신거지
안타깝지만 몸 망가진 거는 본인 탓이더라고..
그럼 너도 니 탓이냐? 내 탓 아니고!
그래 내 탓이지. 내가 내 몸 망가지게 했으니까...
그랬더니 진짜지~ 한다.
그래 진짜야.. 했더니
아니야.. 그땐 방법이 없었을 거야. 너도.. 한다.
방법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사는 게 힘들면.. 남편이 힘들게 하면..
내 몸을 혹사시켰던 건 사실이다.
엄청 아파서 입원이라도 해서 나 좀 봐줬으면 도 했고
밥 안 먹고 잠 못 자고 있으면 바라봐주지 않을까 싶기도 했으니..
그땐 안 봐주더니
한 삼십 년 넘으니 이제는 좀 봐주기는 하는데
쌓은데로 쌓이더라고....
비 온다..
빗소리가 들려..
이 방은 창문을 닫고 있어도 빗소리가 들려서 좋아.
좀 촙기도 하다.
비 내리고 나면 춥다는 느낌은 안 들겠지.
비가 와서 좋은 밤이다.
이비인후과 약을 다 먹었다.
이렇게 착실하게 약을 챙겼던 적이 있었나 싶을만치
열심히 챙겨 먹었다. 그래도 한 이틀정도 복용 날짜가 늘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계속 괜찮을 예정이다.
난.. 이명하고만 친해.. 앞으로도 쭈우욱 이명하고만 친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