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같은 꽃망울이 뭉치기 시작한 지가 꽤 되었다.
꽃인 듯 꽃 아닌 꽃을 품은 잎들 속에
얼마나 이쁜 꽃이 숨어 있을까?
색은 또 어떨까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다렸다.
사흘 전쯤..
연보랏빛 꽃잎 몇 가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내가 좋아하는 연보랏빛이구나 싶으니
이미 이미지로 몇 번이나 확인했던 꽃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애가 달았는데
꽃이 피었다.
이렇게도 이쁘게..
연보랏빛 꽃은 특히 가까이서 보아야 이쁘다.
자세히 보면 더 이쁘다..
색이 진한 원색의 꽃들은 멀리서 봐도 화사하니 이쁘지만
색이 연하고 작은 꽃일수록 가까이서 보는 매력이 있다.
물론 스토케시아는 적은 송이의 꽃은 아니다.
한 그루가 더 있는데 어떤 색의 꽃이 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왕이면 다른 색이면 더 좋고...
아침에 여느 때처럼 꽃밭을 둘러보다가...
몇 번을 망설이고 다짐하고 한 번 데려와서 잘못 키워
없어지고..
사실 그때는 꽃밭이라고 할 만한 공간이 아니기는 했다.
그리고 3년 전에 꽃밭을 만들도 제일 먼저 들여왔던
자엽안개나무..
그 꽃이 너무 몽환적이어서 함께 잘 살아 보자고 데려왔는데...
키가 나머 쑥쑥 자라는 거다.
잘라내면 또 금세 자라고 잘라내면 또 자라고..
그렇게 잘라내고 잘라내고 해서 꽃눈이 맺히지 못해
꽃을 한 번도 못 봤다.
내 작은 꽃밭에는 어울리지 않은 나무라는 걸..
아니 같이 살아가기 버거운 나무라는 걸 내 꽃밭에 들여놓고서야 알았다.
제법 주고 들여온 아아 이기도 하고
그 꽃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기는 하지만..
나무를 열심히 잘라 낸 만큼
뿌리도 깊숙이 파고들며 열심히 자랐겠지.
올해도 벌써 대여섯 번은 족히 가지치기를 했고...
장마가 오면 더없이 자라날 텐데... 싶은..
어차피 이 자리에서는 꽃 보기 틀렸고
텃밭엔 이 아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천천히 자라는 나무라면은 야 어떻게든 한 자리 마련해 보겠지만..
그리고 그 자라는 속도에 익숙 해저 점차 아름드리가 된다 해도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겠지만..
아니다 싶었다.
캐내자니
우선 내 능력으로는 역부족이고..
그 옆에 있는 다른 식물들까지 건드려질게 분명하고.....
잘라내기로 했다.
내 손목 굵기쯤 되려나...
그다지 두껍지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렵게 어렵게 잘라냈다.
잘라내고 나니 그 자리가 휑하다.
자엽이라 그냥 나무만으로도 이쁘긴 하지만
내 작은 꽃밭이 담기에는 그 매력이 너무나 철철 넘쳐서
다른 것들과 함께하기 힘이 드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었다.
키 많이 크지 않고
잘 쓰러지지 않고
꽃 오래 볼 수 있고
월동 잘되어 해년마다 볼 수 있고
큰 꽃보다는 잔잔한 작은 꽃이거나 작은 꽃들이 모인 덩어리 꽃이거나를
선호한다.
꽃밭 가꾸는 것에 초보라 뒤죽박죽이다.
키 큰 꽃은 뒤로 작은 꽃은 앞으로 자리 배치를 새로 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다.
전체 컷으로 몇 장 찍어 놔야 할까 봐
가을이나 이른 봄에 자리배치 새로 하려면...
그래도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기대되든 꽃밭이 있어 너무 좋다.
'지나간날들 > 괜찮은 오늘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멍뭉이 이름이 어때서.. (0) | 2024.06.12 |
---|---|
팩 (2) | 2024.06.11 |
꽃밭을 탐하는 멍뭉이 (0) | 2024.06.09 |
비가 내리다 말았다. (1) | 2024.06.08 |
오늘은.. (1) | 2024.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