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 하루의 끝자락 빗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창문을 열었다.
비 묻은 차가운 바람이 오소소 떨며
훅 들어온다.
비가 내린다.
깊은 가을 끝자락 노랗게 물든
느티나무 잎사귀 위로 비가 내린다.
빗소리가 참 듣기 좋은 밤이다.
아침 다섯 시 반.. 폰이 울렸다.
네! 언니~
00 씨 얼른 와~
아니 몸 약하니까 여섯 시까지 와 우리보다 더 빨리 온 사람도 있어.
네.. 언니 고마워요..
오늘은 읍사무소에서 하는 프로그램 참가신청 하는 날..
요가를 하려면 새벽에 움직여야 했다.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두 반에서 한 반으로 축소된 데다가
워낙에 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었다.
지난봄에 올해 학기 신청하는데도 느지막이 나왔다가 겨우
턱걸이로 걸렸었는데 오늘은 더 서둘러야 했던 거다.
그렇게 여섯 시쯤 도착해서 아홉 시에 접수 시작한다는 그 시간까지
어찌 버티나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같이 시간을 밀어내니
시간은 못 이기는 척 밀려가고 곱던 샛별은 사라지고 맑간 하늘이 들여다
보이더라고..
아홉 번째로 신청이 되어 내년에도 무리 없이 요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집에 와서.. 늦은 아침을 먹고
마무리되어가 근 뜨개질을 끝내고... 산책 다녀오는 길에
이웃 진영 씨랑 이웃 언니네 김장 구경 가고...
저녁 먹고.. 또 다른 뜨개질에 작은 불씨 하나 부쳐놓고...
그림공부 잠깐만 하고 오게.... 하고는 이 시간이다.
오디오북..
슬픈 건 싫은데 눈물이 뚝..
오디오 북으로 눈물이 뚝... 이란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너무 늦어질 것 같아. 급히 노트북을 열어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빗소리를 듣는다.
동년배가 있어 좋다고 생각했는데...
좀.. 내가 많이 배려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았다.
난.. 나는 챙겨야 할 그런 관계 좀 부담스러운데...
그러고 있다.
그냥 사실 지금은 편안한 관계가 좋다.
부담 없고 편한 사람이 좋은데...
뭐 사실 그렇게 부담 가질만한 유대감이 잇는 건 아니지만
쫌.. 마음이 불편하네..
빗소리가 달라..
사그락 싸그락 소리가 나는 듯해...
이러다 눈이 되려나.. 비가 온다.
빗소리가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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