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너무 듣기 좋은 밤이다.
또닥또닥또닥...
장난스럽게 걷는 어린 아기의 걸음 같은
겨울밤의 빗소리를 들으려고 오늘 밤은 오디오 북을
틀어 놓지 않았다.
이렇게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겨울밤이 많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겨울은 소래 내어 우는 빗소리보다는
교교히 내리는 눈의 밤이 더 많을 거라는 경험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아마도 내 귀의 이명소리와 비슷해서 이명을 잠재우기에 최적화된
소리이기 때문에 내가 더 좋아라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비가 내린다.
눈이 되어 내렸더라면 제법 쌓이도록 내렸을 것 같은 겨울비..
겨울 비는 쓸쓸함이 좀 묻어나기는 한다.
피우지 못해고 지는 꽃잎 같은 마음이랄까... 그렇다.
동네 모임이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자주 보는 얼굴도 있고
같은 동네에 살아도 말 그대로 한 달에 한 번 보는 사람도 있다.
마을이 넓기도 하고..
내가 집순이기기도 하고..
그리고 바쁘게들 살기도 하고..
어쩌다가 이런저런 이야기..
그냥 마음이 묵직..
돌 덩어리 하나 올려놓은 듯하다.
어쩌다 어머니 이야기가 나와서...ㅠ.ㅠ.
하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또 졸졸졸 새는 수돗물이 되어 버린 것 같은..
민망함 내지는 가벼움 그것도 아니면 뭐 그냥 씁쓸함..
이 마음도 잠재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림을 두 시간이나 그리고.. 빗소리로 마음을 달래 보러 하지만
오늘은 잘 안되네
그래서 오랜만 엥 캔맥하나..
캔맥 하나가 더 나를 힘들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뜨개질.. 남편이나 큰아이 입을만한 걸로 이틀 전에 시작했다.
제법 속도가 난다.
씸플 하고 쉬운 디자인.
그렇지만 보편적으로 호불호가 그다지 갈리지 않는 니트라
큰아이가 색이 마음에 안 들어 싫다 하면 남편 거.
아니면 아들 거..ㅎ..
이건 남편한테는 비밀..
다시 남편 거도 하나 더 떠도 되기는 하니까...
아들 생일이 다음 달에 있다.
충분히 다 뜰 수 있을 것 같다.
아들이 집에 오면 물어봐야지 색 어때??
좋아.. 하면 이 디자인은 어때?라고 물어야지..
어릴 때문 참 많이도 떠 입혔는데
크고 나서는 지들만의 스타일이 생긴 걸까..
아니면 엄마 고생한다 싶어서일까..
목도리 말고는 뭘 떠 준다 해도 아니다 하니
내 옷만 속절없이 늘어나는 거다.
빗소리가 참 좋다.
그래도 오늘 저녁은 일찌감치 자야겠다.
더 듣고 앉아 있고 싶은 이 빗소리가 꿈길까지 따라와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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