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멍뭉이가 원래부터 잠이 많았는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잠이 많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아이가 어렸을 적에는 내가 일을 하느라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으므로 모르겠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잠이 많았던 것 같지는 않다.
아침..
비포장 도로 같은 명절이라는 터널을 통과 해 나오느라 애썼다며
아침 밥을 포기하면서 까지 깨우지 않는 남편 덕분에
늦게까지 자고 거실에 나오니
남편은 이미 외출하고 없는데
나 따라 나온 멍뭉이는 여전히 졸린 모양이다.
습관처럼 뜨개질을 하고 있는 옆에 앉아서 졸고 있다.
졸리면 방에 들어가 자~ 여기는 좀 추운데! 하는데도
실 전화처럼 나하고 연결되어 있어야 편안함을 느끼는 멍뭉이는
제 시선 안에 내가 있어야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모양이다.
그 누구가..
나를..
무조건적으로 저렇게
믿어주고
의지하고
따라 줄까 싶다.
나만 있으면 되는 멍뭉이다.
너무 귀엽고 너무 사랑스럽지만
가끔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지난번에 감기로 골골거릴 적에...
이 세상에서 내가 지워진다 해도
남편 옆 자리는 누군가 채울 것 같고..
별 거 없는 와중에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상속의 몫이
어느만큼은 더 줄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 외의 걱정은 없는데
저 멍뭉이가 걱정이더라고..
지금은 온전히 내 관리 아래에
이뻐하고 귀여워하고 간식 주는 걸로 아빠 노릇
형 노릇 다하는데....싶은 걱정..
ㅎ..
내가 지워지는 세상의 남은 걱정이라고는 멍뭉이라니....
아이들이나 남편에게도 물론 그리움이나 생각이나
안타까움이나 슬픔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새겨지겠지만..
저 아이처럼 절실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이 시간에도 내가 거실에 나와 노트북 앞에 앉아 있으니
따라 나와 고개만 들면 보이는 제 집에 들어가서는
자고 있다.
저 아이에게 나는 세상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맹목적인 세상의 전부..
내 세상은 복잡한데
저 아이의 세상은 단순히 나와 먹을 것과 산책만 있으면 된다니
오히려 저 아이의 행복을 충족시키기는 더 쉬울 것 같아
부럽기도 하다.
사람이라는 것이
욕심만 많아서는
뭐 하나 만족하며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등 따시고 배 불러도.. 뭔가 부족함이나 헛헛함을 느끼고...
부족함을 찾아내는 능력은 참.. 얼마나 대단한가 말이다..
괜찮음을 찾아내기보다는 그렇지 않음을 찾아서
굳이 그렇지 않음을 채우려 하는지
나도 누구도 모를 일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일까?
아님 그냥 인간이기 때문일까..
사람은 그냥 그 자체로 만족하는 삶보다는
부족함을 깨닫고 채워가면서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
본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 멍뭉이의 단순한 만족이나 행복이
참 부럽다.
젊어서는 참 많이 싸웠다 남편이랑..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만큼 기대하는 것이 많았던 탓 아니었을까 싶다.
명절..
엄마한테 인색한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불쑥 들었다.
그렇지만 남편은 똑같이 어머니한테도 인색한 편이다.
그렇지만 마음으로는 누구보다도 더
챙긴다..
금전적인 부분이 아닌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서는
오히려 나보다 더 엄마를 챙기고
움직여 준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망설임이 많은데
남편은 단순하게 상식 선에서움직여 준다.
그 덕을 참 많이 보고 산다.
그런 부분에 깨달음이 생기니 서운한 마음이 사라졌다.
다... 잘할 수는 없느니..
나도 어머니한테 인색한 것은 같으니 할 말은 없다.
그래서 서운한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엄마에게도 서운해 말라고 귀뜀 해 드려야겠다.
원래 그런 사람인 거 알겠지만 말이다.
어쩌겠어. 나도 불완전 투성이이듯
남편도 그런 것뿐인데
나는 그러면서
남편에게 완벽하게 엄마한테 이렇게 저렇게 잘해주기를 바랄 수는
없는 거잖아
남편이 부족한 부분은 내 선에서 해결하면 되는 거라는 생각...
이만큼의 세월이 쌓이고 보니 이제서 보이는
또 다른 길인 것이다.
그래서 서운하기는 해도
삐지거나 화가 나지는 않는다.
내가 채우면 되는 거니까..
나도 불완전 투성이이니까..
작은 아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으로
명절 연휴가 끝났다.
그 기념으로 맥주한잔! ㅎ...
정말 오랜만에 맥주한잔이 참 시원하고 맛나다.
나는 가끔 혼자 마시는 캔 하나가 낭만이고 감성이다.
이렇게 비 내리는 컨디션 괜찮은 여유로운 밤이면 특히..
비가 내린다
비가 내려서 잔 설을 좀 녹여 줬으면 좋겠다.
낮에 녹은 눈 때문에 바닥이 젖어서 산책 나가기가 곤란하다.
어제 산책 나가자고 떼써서 다녀왔던 멍뭉이도
젖은 몸에 추웠던 모양이다.
오늘은 나가자 하지를 않네
비 내려 아직 여기저기 소복이 쌓여 있는 눈 녹여주고
바람과 햇살이 바닥 말려주면 산책 나가도 좋을 텐데..
내일은 괜찮은 산책 길이기를 기대한다.
비....
비가 내리는 겨울밤도 고요하니 참 좋다.
멍뭉이 코 고는 소리와..
내 귀에 이명과..
그리고...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이 겨울 깊어가는 밤을 채우고 있다.
참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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