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완 21

첫눈 소식

아침을 먹고 있는데 눈이 펑펑 펑 쏟아진다.우와 눈봐 첫눈이 저렇게도 곱게 내리네.... 했는데밥 숟가락을 놓기도 전에 함박눈은 비로 바뀌었다.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보다... 했다. 서울 남동생에게서 톡과 함께 첫눈 소식이 사진으로 왔다.누나 눈 와 회사 앞인데 예쁘네정말 예쁘다. 여기는 비 오다 말다 해. 눈도 몇 송이 오다 말았어~ 했다.내 동생이 이렇게 감성적이 아이였던가 하는 생각...하긴 빗소리가 참 듣기 좋다 했어.빗소리 듣고 싶어서 비가 내리면 가끔 멍하니 창밖을 내다본다 했다.애가 아니지 이제 동생도 쉰이 넘었어니...빗소리 좋아하고 눈 좋아하는 동생 나중에 한 십 년 후쯤은 우리 집에서그런 감성 같이 종종 느끼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점심 지나 수원 사는 언니한테 톡이 ..

찰칵 2024.11.27

비가 내렸다

비 내리는 날큰아이가 사 온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했다상 안차리고 밥 먹으니 너무 좋았다내일 교육을 가야하는데 외투를 사무실에 두고 왔다고 해서 같이 다녀왔다거리가 제법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거리감이 느껴졌다낙엽이 철새처럼 무리지어 날았다우와 낙엽 봐오늘 같은날 낙엽보러 가야는디 했더니그럼 엄마 날아가 오늘 같은날은 집에 있어한다아녀 오늘 같은 날 가을을 배웅하는거지엄마가 그렇게 가볍지는 않거든 너도 알겠지안~ 했다

늦은 밤 비가 내린다.

기인 하루의 끝자락 빗소리가 들리는 듯하여창문을 열었다.비 묻은 차가운 바람이 오소소 떨며훅 들어온다.비가 내린다.깊은 가을 끝자락 노랗게 물든느티나무 잎사귀 위로 비가 내린다.빗소리가 참 듣기 좋은 밤이다.아침 다섯 시 반.. 폰이 울렸다.네! 언니~00 씨 얼른 와~  아니 몸 약하니까 여섯 시까지 와 우리보다 더 빨리 온 사람도 있어.네.. 언니 고마워요..오늘은 읍사무소에서 하는 프로그램 참가신청 하는 날..요가를 하려면 새벽에 움직여야 했다.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두 반에서 한 반으로 축소된 데다가워낙에 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까닭이었다.지난봄에 올해 학기 신청하는데도 느지막이 나왔다가 겨우턱걸이로 걸렸었는데 오늘은 더 서둘러야 했던 거다.그렇게 여섯 시쯤 도착해서 아홉 시에 접수 시작한다는 그..

오전에

오늘 하루도 다 지나가고 있다.생각 없이 햇살만 보고 동네 한바퀴 돌고 싶다는 멍뭉이를 데리고산책을 나섰다.마당에서는 몰랐다.햇살 보다 지금 이 계절은 바람이 힘이 더 세다는 것을..골목길..담장들이 만들어 낸 그늘이 추웠다.오소소 니트 안으로 파고 드는 추위에멍뭉이 집에 가면 안될까?를 몇 번이나 물었지만우리 멍뭉이는 털 옷에 니트까지 껴 입었으니나의 추위를 이해 할 리가 없었다.잔뜩 웅크리고 그늘이 비켜 선 자리만 찾아 우뚝 서서멍뭉이를 기다린다.자꾸 앞서가는 나와는 상관없이햇살이 비켜 선 자리든 그늘이 비켜 선 자리든제 할 산책의 여유른 다 부리는 멍뭉이..그래..그래 너에게는 이 짧은 산책이 또 얼마나 귀한 시간이겠니.그렇지만 좀 빨리 걸으면 안 될까? 재촉하지만멍뭉이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난로 앞에 멍뭉이

우리 집 멍뭉이는 나를 따라다닌다.마치 실로 연결된 어.. 뭐랄까..그래 예전에 어렸을 적에 종이컵 전화기처럼내가 주방으로 이동하면 주방이 제일 잘 보이는 소파에내가 방에 있으면 가장 편안한 자세로 방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하고있다.그리고 내가 색칠공부를 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멍하니 앉아 있고 싶어 골방에 들어와 있으면어느 틈엔가 내 뒤에 와서는 킁킁 거린다.나 왔어! 한다.오늘도 저녁을 먹고 일주일을 살아 내느라 피곤했다는남편은 일찌감치 꿈길 걷는 소리를 씩씩하게 온 집안을 채우고있고오랜만에 집에 온 작은 아이는 방에서 여자 친구와 통화 중인지간간히 웃음소리와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 거림이 들려온다.저리도 좋을까 싶다.그래 저리 좋은 시절이지저렇게 좋은 사람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말 그대로 처마..

커피 한잔 어때요?

아침에 커피 한잔의 여유는 행복이다.남편 출근하고 오늘은 좀 괜찮은데 싶었지만부르튼 입술이며 체중계 올라가 본 이례 최저치를 찍고 있는몸뚱이를 위해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멍뭉이는 좋다는 듯 덤으로 이불속으로 파고들고..그렇게 폰 들여다보다가 출근하는 남편 통화하가다까르륵 잠이 들었나 보다.그리고는 창이 너무 눈부셔서 실눈을 뜨며 시간을 보니 아침 아홉 시가 다 되어 가고 있더라고.그래도 특별히 오늘은 하루종일 뒹굴 거리기로 작정한 날이니 누워 있는데 뒷집 진영 씨 톡~언니들 커피 한잔 어때요? 하고..그래서 우리 집으로 와요~ 하고 모집을 했는데 두 분은 그 옆집 절임 배추 씻으러 가는 중이란다~10분만~ 하려 다고 5분만~ 했다. 적어도 양치는 하고 세수는 해야 할 것 같아서..한참을 커피 마시고 이런..

생강대추차를 만들었다.

생강대추차를 만들었다.텃밭에 생강 캐서 씻어 껍질 벗기고 다시 씻어채치고 대추 마당에서 따서 채쳐 놓은 걸로 모자라 대추채도 샀다.조금만 담아야지 마음먹었었는데 역시나 많다.생각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고구마가 영 수확양이 적어서 생강도 얼마 안 될 줄 알았는데제법 캤다. 거기다가 엄마가 주신 것까지..힘드니까 차 조금만 만들라며 조금 주셨는데.. 엄청 많이 만들어졌다.여기저기 나누고 싶은데 나눠 먹어야겠다.실질적으로 나는 이 차 별로 안좋아한다.가볍게 마시기에는 무거운 감이 있어서 그래서캐모마일 티백이나 가벼운 차 좋아하는데 올 겨울은많이 만들어 놓은 죄로다가 이 차를 마셔야 할 것 같다.집에 있는 빈 병이란 병은 다 채웠다.주문해서 온 병 다 채우고 엄마네서 가져온 것도 채우고..집에 있는 병이란 빈..

삭소롬이 예쁘다.

정말 예쁘고 화사하게 피었는데 카메라에 그 예쁨 그대로를 담을 수가 없어서 몇 번이나 카메라를 다시 들이댔지만 여전하다. 폭죽 같다. 정말 예쁘다. 색도 예쁘고 한 여름에 고생을 좀하다가 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날이 좀 차가워진다 싶으니 다시 잠잠하더니 거실에 들여 놓으니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고 또 피워낸다. 너무 예뻐서 톡 떨어진 꽃잎도 처음에는 버리지 못하고 화분 위에 올려 두었었다. 참 순하고 예쁜 꽃이다. 꽃밭을 정리했다. 서리 맞아 고꾸라진 꽃대도 잘라내고 계절을 알고 고개 숙이며 말라가는 애들도 걷어냈다. 그렇게도 예쁘게 피던 추명국도 찬 서리에 얼어 버리고 첫추위는 잘 관리해야 한다는 수국은 어떨까..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래도 꽃눈은 상하지 않았기를 바라며.. 제 많은 가지 덕분에 ..

하루 종일 생강과 씨름했다.

땡땡하게 다져진 마당을 호미로 파다가힘에 부쳐서 삽으로 생강을 캤다.물로 씻어 흙을 흘려보내고 양파망에 넣고 비비대며 씻어껍질 어느 정도 제거하고..도저히 밖에서 할 날이 아니었다.흐리니 추운 걸 어째세탁실에 쪼그리고 앉아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하루종일 생강과 씨름하고오늘도 산책은 동네 한 바퀴냐고 짜증을 있는 대로 내시는 멍뭉이를 어쩌지 못해밖으로 나왔다.김장 피로에 생강하고 씨름한 피로까지 쌓여온몸은 계절처럼 묵직하고 춥다고 아우성을 치지만 멍뭉이는 어제도 동네 한 바퀴였으니오늘은 그렇게는 못하는 거겠지.동네에 있는 느티나무 할아버지가제법 하늘을 이고 있네김장하러 가기 전까지만 해도 잎사귀를 이고 있어서하늘은 보일락 말락 했었는데 말이다.요 며칠 내려간 날씨에 서리 맞은 잎사귀들이바람에 살랑살랑 많..

집에 돌아왔다.

배추김치 통 여덟 개무 김치 한 통파김치 한 통그리고 양념 남은 것 한 봉지무 몇 개감자 몇 개고구마 한~봉지생강 조금참기름 들기름 한 병씩쌀 20kg 한 포대또 뭘 가져왔나..고무장갑 한 켤레오늘 김장 도와주신 아주머님들 드릴 귤 주문해 달라고 10만 원~또 뭐가 있나...걱정 한 보따리 엄마와 언니의 정 하늘만큼 땅만큼 담아 가지고 왔다.집에 와서 정리해서 김치냉장고 채우고냉장고 채우고...배 고프다는 남편 수육 삶아 내놓으니맛나다고 잘 먹는다.이렇게 이번부터는 무조건 내가 해야지 했던김장엄마네서 언니도 내려와서 함께 즐겁게 열심히 하고 왔다.김치냉장고가 가득 차고 내 마음도 가득 차니올 겨울이 무섭지가 않네..겨울아! 언제든 와.. 내가 너랑 놀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