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06

소주 한잔..

그냥. . 2006. 3. 27. 20:06

모임 다녀 온다던 남편이 전화가 왔다.

그냥 집에 온다고 대문 열어 놓으라고..

왜 밥이라도 먹고 오지..당신 모임간다 그래서

대충 먹고 있는데 했더니...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고...

모임가서 먹으면 더 잘 먹을텐데...

싶으면서도 요즘 맘이 제 맘이 아닐 남편을 생각하며

소주 한잔 했다.

속엣 말을 누구에게 다 털어 놓을수 있을까...

지금 자기 스스로도 감당이 안될 텐데...

항상 그랬었다.

워낙 오랫동안 당뇨를 앓아 오신 분이라..

당연히 당뇨 합병증으로...그냥 그렇게..그러실줄

알았는데...

이렇게 큰 댓가를 치루고 가야 할 만큼의..

그 무엇이 있었든가...하는 생각이...

그동안 치룬 당뇨로 인한 고통으로도 충분했을텐데...

신은 그동안의..멍애만으로는 안된다고 판단하신것일까...

언뜻언뜻 느껴지는 남편의 흔들리는 마음속에...

커다란 의지로 굳건히 서있어야 하는데...

왜..

내가 더 흔들리는 걸까..

요즘은 아버님과 이미 가신 아버지의 영상이

겹쳐저 떠오르는 일이 많아서..

아버님이 안쓰러워서인지...

아버지가 그리워서인지...

자꾸 눈물이 난다.

내가...굳건하게...서서 남편이 내게 기댈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데...

내 눈물바람에..남편이 더 지치지 않을까...걱정이다.

오늘도 난 소주 한잔 때문이라는 핑계로

눈물을 찍어내며 남편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러지 말아야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수도 없이 많은데...

그러지 말아야지...굳게 마음 먹어야지...

남편이 내게 기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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