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뿔따구 났다. 이후~

그냥. . 2010. 1. 18. 22:06

여섯시 반쯤 삼겹살집에서 헤어진 우리집 남자

들어올때가 됬는데 됬는데 하면서 자꾸 시선이

벽시계로 향했다.

그친구하고는 과음을 하지는 않는듯 해서

솔직히 다른사람 만나 마시는거 보다는 마음이 놓이긴 하는데

오늘은 나도 모르게 짜증이났던 것이다.

여덟시 전에 들어올줄 알았는데.....소식이 없다.

내가 너무 싸늘하게 해서 더 마시는거 아닌가..싶기도 하고..

마시던지 말던지..싶기도 하고...

아홉시 뉴스 시작하기 전 폰벨이 울린다.

'으이구. 모시러 오라고 또 전화 하시는구만...'

미운 마음이 들었지만 전화는 받아야지.

'여보세요.' 퉁명스럽게 받으니..

'여보세요?' 잘못 걸었나...싶은 우리집 남자 목소리가 들여온다.

'왜?'

'어. ..........내가 여기서 부르는데 대답을 안하네. 얼른 나오라고

부르고 있는데 나쁜 넘이구만 대답을 안해에'

'뭔소리여. 누가 대답을 안해.'

'어. 우리 딸래미. 두렁이 말여.'

'가가 묶여 있는데 어디를 나가.'

'나 여기 골목이여. 근디 요넘이 아는척을 안하네.'

'알았어. 어서 들어오셔.'

다른날 같으면 자랑스럽게

'여보야. 지금 오면 되는데.' 하면서 당당하게 전화를 한다.

은근....그 친구에게 우리 사이를 과시하고 싶기라도 하듯..

운전 하는 마누라 둬서 좋다고 자랑이라도 하듯..

늘 그렇게 날 부른다.

난...어김없이 그자리에 가서 빵긋 웃으며

'제가 모셔다 드릴께요~' 하고 우리집 남자는

자랑스럽게 '그려. 어디 음주운전이냐.~' 하며

위세를 떠는게 그 술자리가 끝나는 대사였던 것이다.

'삐졌냐?'하는데 대답도 안하고 와버렸더니

눈치가 보였는지..아님..날아간 순대국에 미안했는지

식당에서 집까지 걸어온 것이다.

술도 얼마 안 마시고

마눌 눈치 보느라고 거실 쇼파에 앉아서는 막둥이에게

엄마 삐졌냐고 묻길래 삐졌다 그랬더니

방에도 안들어 오고 쇼파에 길게 누우셨다.

내버려 둘가...하다가

방에 들어가 자라고 몇번이나 깨워 들어가게 하니 헤헤 웃는다.

ㅎ..

우리집 남자..

귀여우니까 봐줄까?

아님..건강 생각해서 더 악다구를 써볼까..

악다구 쓰면 뭐하겠어.

변할건 암긋더 없이 화난다고 더 마시지 않을까...싶으니

조금만 마시라고 쇄뇌를 시키는것이 어떨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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