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잃은 그릇이 참 많다. 우리집에는..
국그릇 밥그릇..분명 맞춰서 샀을텐데
짝 잃은 국그릇이 씽크대 한 모퉁이에 잊혀진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그렇다고 밥 먹을때 밥그릇 국그릇 짝짝이로 쓰기는
또 싫코..
그렇다고 해서 말짱한 그릇을 버리기도 그렇고 해서
쌓아둔 것이 몇년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쓸일 있겠지.
언젠가 쓰일꺼야..혹시나 하는 마음과 버리기 뭐한 마음으로
쌓아둔것인데 여전히 몇년동안 손이 가지 않는것들이다.
버려도 생활하는데 하나도 불편하지 않을...
아니..
어쩜 버렸다는것 조차 의식하지 못할지도 모르고..
아님 홀가분할지도 모르는것들..
그것이 어디 짝 잃은 국그릇들 뿐이겠는가..
장농 한귀퉁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올해는 아니야
없으면 아쉬울지도 몰라...싶어 버리지 못한
옷처럼
내 마음속에도 버려야 할 감정의 찌꺼기들이
여기저기 먼지처럼 쌓여 있는것은 아닌가....싶다.
아무 일 없었는데
이유없이 가끔 쓸쓸해지거나 우울해지거나..
언제적 일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일들 때문에
섭한 마음이 들거나 속상하거나...하는 나를
발견하는 일은..
개운치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기억들이 나를 자꾸
외롭게 만드는거 아닌가...싶다.
상처 받을까봐서......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를 만드는것 같은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기억들을 털어내 버릴 방법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