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유도심문

그냥. . 2010. 1. 28. 19:55

'엄마 컴이 랙 걸렸나봐 잘 안되네.'

호들갑을 떠는 아들넘에게 응급조치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가르쳐 주고..집에 돌아오니 여전히 컴앞에 앉아

'컴이 멍텅구리가 되서 얼마 못했어.'하며 툴툴거린다.

은근슬쩍 유도심문에 들어갔다.

'왜 엄마만 집에 없으면 컴이 랙이 걸릴까아.'

'그야 모르지이. 컴이 멍텅구리라 그러지이.'

'컴이 왜 엄마만 없으면 멍틍구리가 돼냐. 어?'

'엄마 없을때만 아니거든.'

'지난번에도 그랬잖어.'

'딱 두번밖에 안그랬네 뭐.'

'뭐 깔았지.'

'아니여.'

'그럼 어디 막 검색해서 이상한 싸이트 들어갔지.'

'아니랑게 그런다고 랙 걸려?'

'그럼 랙 걸리지.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사이트에 들어가거나

뭔가 프로그램을 새로 깔았는데 서로 프로그램끼리 부딪히거나

바이러스나 스파이웨어 같은게 같이 따라 왔거나...'

'아. 스타크래프트 뭐 하나 깔긴 깔았네.'

'그거 깔아서는 아무 문제 없거든.'

'아녀 엄마 그거 깔았는데 랙 걸렸었어.'

'그거 아닌거 같은데...뭐 유해사이트나 뭐 그런데 들어간거 아냐?'

'19금 뜨잖어.'

'너 엄마 주민번호 알잖어.'

'몰라.'

'에이..모르긴. 형아도 알드만.'

'나 진짜루 몰라.'

'뭘 몰라 니들 또래에 엄마 아빠 주민번호는 기본이라드만..'

'아니야 엄마. 엄마 690.....뭐드라.'

'웃기지 마. 알잖어. 엄마가 신용정보 사이트 들어가서 조회 해보면

다 나와. 주민번호 인증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해봐 해봐아. 나 진짜루 안했거든 한번도.'

팔짝 뛰는 아들넘을 보니 그건 아닌거 같고...

암튼 아들넘 학원 간 사이 요상한 사이트를 들어갔다 나온 흔적을 내가

발견했다는.....

모르는척 하긴 했지만..

주민번호 아님 어떻게 들어갔지? 내 다음 아이디로 검색이 되나?..

몇마디 더 경고성 멘트를 날렸다.

 

내가 애들에 대해 어느 부분 너무 아는것이 많은가?

우연히 발견한 아들넘이 지나간 여기 저기 발자국...

내비둬야지..

그게 맞지. 싶다.

호기심 한참 많을때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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