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어느날..

그냥. . 2010. 3. 10. 16:25

밤새 눈은 내렸겠지.

눈이 내리는 밤에도 잠은 자야 하니까

잠을 잤을 뿐인데..

눈이 그랬는지..

꿈이 그랬는지.....ㅎㅎㅎ...

 

여고시절 처음으로

빼빼다리 까칠해 보이는 영어선생님에게

짝사랑이라는 감정선에서 줄을 탔다.

여느날은 이유없이 행복하고..

여느날은 아무 일 없었는데도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지고..

그랬다.

어리숙해 보이는 내게 수업시간에 질문을 던지셨는데

난 꿀먹은 벙어리 처럼 그렇게 눈만 말똥 말똥

굴리고 있었고...

그런 나를..

선생님은

'어디 중학교에서 왔느냐. 거기서 정읍까지 유학을 왔으면

영어 공부 좀 해야지 않겠느냐며 다분히 놀리듯

말씀 하셨는데 왜 내 눈에서는 뜬금없는 눈물이 주루룩

흘러 내렸는지..

알수 없는 일이였다.

그리고도 한두번..그렇게 이유없이 촌뜨기 새내기 여고생인

나는 선생님 앞에서 질문대신 눈물을 보였고...

영어시간은 내게..

영어 선생님은 내 가슴에 작은 꽃씨처럼 자라기 시작 했었다.

그선생님은 질문을 하실때는 그날 날짜에 따라

1일이면 11번, 22번 33번 그렇게 질문을 던지시곤 했었는데

그래서 오늘은 1일이지 자~ 1번, 그다음11번 하면 내 가슴은

터질듯이 뛰었다. 쿵쾅쿵쾅 쿵쾅 하고..

그소리를 선생님은 듣고만것인지 어쩐지

어느날 부턴가..

1번, 11번...12번...34번..그렇게 의도적으로 22번 나를 호명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것 같다.

가끔..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가슴 설레이던 그 선생님은

내가 고2때 결혼이라는 걸 하셨고..

생각보다는 무덤덤하게 난 자취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내 생애 첫 짝사랑에게 빠이 빠이 손을 흔들었따.

 

눈이 와서 그런가...

내 생활에 불만이 있는것도 아닌데

꿈속에 그분이

나보다 더 나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 주시는것이

아닌가..

흐미..

황홀한거..

어찌 살고 계실까.

오늘은 한번 여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분이 아직

그곳에 근무하고 계시는지...

살짝 살피고 와야겠다.

어느새..

내가 마흔이 넘었으니..

그 선생님은 어찌 변하셨을까..

먼발치서 한번 뵈었으면...싶은 마음이 든다.

 

 

아직..

그곳에 근무하고 계시다는 사실~

괜히

그때처럼 잠깐 설레였다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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