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엇저녁..

그냥. . 2010. 3. 15. 20:37

엇저녁..

친구 만나려 혼자만의 기차여행을 다녀와서는

학원 들려 돌아오는 큰넘 마중 나가 기다리는데...

저만치서 꺽다리처럼 한들거리며 양손에 뭔가를 잔뜩

들고 걸어온다.

내아들..

내 큰넘...

불어대는 바람에 휘익 허리라도 꺾일것 같아 걱정이지만

엄마는 쓸데없는 걱정이 늘어진다고 툴툴거리는 큰넘..

'엄마 바람이 디게 많이 불어. 그래도 별루 안춥네.'

'그래 시원하지. 잘 다녀 왔냐?'

'어. 그럼 잘 다녀 왔지. 엄마 내가 사탕 사왔는데

청포도맛하고, 과일맛 그리고 막대사탕하고 이게 뭐드라..암튼

그렇게 사왔는데 엄마 뭐 먹을꺼야. 오늘 화이트데이잖어.'

'안그래도 엄마가 아빠한테 사탕 사달라고 졸랐더니 아들이 분면 사줄꺼라고

안사주더라..가만 생각 좀 해보자.뭐 먹을까?'

'엄마 청포도맛 먹어. 그게 젤 맛있고, 젤루 비싸. 과일맛은 할머니꺼고

막대사탕은 한빈이, 이건 아빠 드릴꺼야.'

'그럴까. 간만에 아들 덕분에 청포도맛 사탕 좀 먹어볼까.

그건 그렇고 친구 만나러 간건 어땟어?'

'강경에 젓갈집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어. 엄마 친구들이랑

강경 시내를 몇바퀴나 돌고.....'

조잘 조잘 ....

부여에 사는 친구 만나러 교통편이 좋지 않은 부여 말로

강경에서 만나기로 해서 거기서 놀다 왔다는..

'기차 혼자 탔는데 심심하지 않던?'

'심심하기는 정말 좋던데. 이다음에 수능 끝나면 혼자서 카메라 들고

여행 다녀야겠어.'

'그것도 괜찮지. 너 기차 타본지 오래 됬지?'

'어. 오래 됬어. 서울 갈때도 맨달 고속버스 타고 다녔잖어.

아마 초딩때 이모네 갈때 타보고 처음 타봤을껄.

올때는 친구들이랑 기차안에 카페 있데. 거기 앉아서

놀며 왔어.'

'그랬냐? 엄마도 기차안 카페는 안들어가 봤는데. 엄마보다 낫네.'

신이나서 중얼거리는 큰아이의 즐거운 목소리를

음악처럼 들어며 밤은 그렇게 깊어 갔다.

 

사탕이라고는

처다도 안보는 내가...

아침먹고 하나

점심먹고 또 하나..

저녁 먹고 또 하나 그렇게 챙겨 먹고 있다.

아들이 사준거라 그런가 더 맛있는거 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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