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부전자전..

그냥. . 2010. 3. 16. 21:17

우리집 남자의 특기는 널어 놓는것이다.

책을 보면..책이

서류를 보면 서류들이..

신문을 보면 신문들이..

양말을 벗으면 양말들이

그렇게 한데 어울어져서 방바닥과 테이블 위를

뒹군다.

좀 정리해 주세요~ 하면 후다닥 정리하고..

말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그러고 있다.

나 없으면

딱 이틀이면 우리집은 울엄마 표현방식대로 말하자면

오방장 벌려졌다고 하면 딱 맞는 말일것이다.

그것을 고대로

고대로~ 하나도 안빼놓고 닮은넘이 하나 있다.

늘 아침마다 정리해주는데

아들넘만 앉았다 일어나면 책상위에는

빈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뭔가가 널부러져 있다.

그럼 또 정리하고...

정리하고..또 정리하고..

나도 깔끔한 사람은 아니지만 어느정도이여야지..싶은 생각에

손을 대게 되지만..

내가 이렇게 정리해주다가는

막둥이 미래를 멀지 않은곳에서 확인하게 될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몇번 경고를 했다.

'너..책상 위에 정리 안하면 사진 찍어 엄마 블로그에 올린다~'

'ㅎ..그래도 괜찮아. 엄마. 그래.'

통하지 않는다.

'책상 위 정리 좀 해라. 이제 엄마 안해줄꺼야.'

'안해도 되. 또 어질러 질껀데 뭐.'

'아무리 그래도 이넘아 그게 뭐냐. 책상 바닥이 하나도 안보인다.

너 그렇게 어질러져 있으니까 가끔 학교에 뭐 놓고가고 그러잖어.'

'괜찮어. 엄마.'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오늘은 바쁘기도 했지만...일부러 고대로 손도 안대고 놔뒀다.

그리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넘에게 경고 했다.

'지금이시간부터 책상위에 있는것은 버려도 되는것으로 알고

엄마가 다 버려 버린다.버리면 안될것 같은것은

엄마가 감춰놓고 안줄거니까 그렇게 알아~' 했다.

그랬더니 말끔하게 정리해 놨네.

얼마나 갈까...싶지만..

먼 미래에 내 며느리한테 자식 교육을 왜 그렇게 시켰느냐는

원망 듣지 않으려면

나 마음 독하게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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