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내내 까맣게 잊고 살았다.
이렇게 이뿐 노을이
나만 기다리며 이렇게 이뿌게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주방 베란다쪽으로 나 있는 문은
가을이 깊어지면서 지금까지 쭈우욱 닫혀 있었다.
가끔 나가서 해야 할 일이 있어도
추워 추워를 연발하며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오직...추위에서 도망치려고만 했고
어쩌다 가끔 열어 놓을 일이 있어도,
바람이 조금이라도 덜 차가운 시간을 골라서였기
때문에
창밖에 노을이 진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날이 푸근해지고..
열어도 , 닫아도
별 차이 못느끼게 되어 열어놓은 창밖엔
노을이 이렇게도 곱게 타오른다.
낮엔 분명 구름투성이 하늘이였는데
언제 준비 했는지,
왜 이제야 바라봐 주느냐는 듯
새초롬히 고개 떨구는 노을...
노을이 있었어.
내 주방 창에는...
미안해. 잊고 살아서.
춥다는 이유로 널 잊었구나..
앞으로는 날마다 만나자. 다짐하고..
닫혀진 문
그것 때문에 못보거나 잊혀진 것들이
어디 노을 뿐이겠는가...싶다.
문 닫히듯..
내 마음 닫혀서...
세상 아름다운 소리
아름다운 감정
아름다운 풍경
느끼지도 보지도 못하고 흘려 보내 버린것이
얼마나 많을까
그럼에도
나는..
세상을 향해
활짝 나를 열어 놓을
자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