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컴앞에 앉아서..

그냥. . 2010. 4. 6. 21:00

컴앞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던 남편이

독수리 권법 자세를 취하더니

안경을 내려 놓는다.

'자갸~ 왜 가까운거 안경쓰고 잘 안보여?'

'어. 멀리 있는건 잘 보이는데 이상하게 가깝게 있는건

안경쓰면 더 안보이더라.'

'그거 노안이래'

'노안은 무슨~'

'아냐. 언니가 그러던데 그거 노안이래 안과 가서 검진 해보고

다초점랜즈로 바꿔.'

'그냐. 전번에 안경 맞출때 가까운거 잘 안보인다고 말 했는데

별말 안하던데..'

'아마 제대로 못 알아 들었겠지. 예전엔 안그랬을거 아니야.'

'어. 예전엔 안경 써야 다 잘보였지.'

'아이고오..우리 신랑 불쌍해서 어쩐디아. 벌써 노안이라니이..'

'ㅎㅎㅎㅎ 그러게 말이다. 이나이에 무슨 노안이라니..'

'안과 한번 가보셔~'

 

마흔 하고 넷

우리집 남자는 나보다 두살 많다.

근데 장남이라서 그런가 가끔은 진짜로 노인네 같기도 하고

어른스럽기도 해서 화나면 어렵기까지 하다.

그래도 장난 좋아하고 농담 좋아하는 사람이라

내가 세상에서 가장 편한사람이기도 해서

나이 뭐 그런거 못느끼고 산다.

사실...

동안인 편이라 나중에 내가 더 늙어 보일까 새끼 손가락 손톱만큼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울집 남자도 나이는 어쩌지 못하는 모양이다...

 

불쑥.. 들어온다.

'어어이이...취하는고만~ ' 하고..

'술 안마셨구만~ ㅎㅎㅎ 나 지금 당신 노안이라고 흉보고 있는디..'

'ㅎㅎㅎ 노안 아니거든~'

너스레를 떤다.

난 이미 알고 있는데 ..

우리집 남자 노안이 찾아든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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