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한낮

그냥. . 2010. 9. 27. 11:29

한낮

잔뜩 흐린 고요속에 홀로 앉았다.......

혼자서 두몫 하려고 마음 단단히 먹었었는데

우리집 남자가 날마다 바쁘게 움직여주고 교육 받으러 간 덕에

평소보다 더 한가하다.

쬐끔만 하라고 무리하지 말라고...입이 달토록 당부하고 갔으니

못이기는척 따라줘야지..ㅎ

평일 이시간에

나혼자 이렇게

우두커니 집안에 앉아 있어본것이 언제적 일인지........

유난히 컴터 기계음 소리가 크게 들리고

엇박자로 아들넘 방과 거실의 시계초침이 똑딱거린다.

현관문 닫아 걸고...

ㅎ..

울집은 늘 오픈인데 오늘은 걍~

아무도 없는척

창문도 다아 닫아 놓은 상태....

그렇게 나도 이 집안에 없는척 몇시간쯤 뒹굴거려야지..

간단하게 아들넘들 방만 정리해 놓고...

늘 따라다니던 피곤이라는 넘을 오늘은 화악 떼어버리고 말아야지 싶다.

커피한잔 마실까..하다가...

늘어지는 여유에

뭔가 새로운 일들이 끼어들까봐

커피도 멀리하고...컴도 잊고..

오늘은 걍......서너시까지는 쉼 모드다...

 

(4시즈음..일 끝내고..)

'임무완수'하고 우리집 남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속으로 걱정이 늘어지고 있을 터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의 날마다 실과바늘 처럼 움직인다.

일 말고 모임이나 사람들 만나러 나가는 일 외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움직인다고 보면 맞다.

그러니 남편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있고

그 보폭에 맞춰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니느라 난 늘 분주하다.

남자보다는 여자들에게 잔잔한 일들이 많기 때문이겠지.

그런 남편이 충남으로 떠나고 젤 문제되는 일은 도매시장 가는 일..

내 차는 작기도 하거니와 도매시장 안에는 물건들이며 차들이 복잡해서

별일이 있어도 도매시장 가는 일은 남편 일이고 난 보조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년에 한번쯤이나 내 일이 되곤 하지만..내겐 좀 부담스러운 일이다.

광주 도매시장으로 다 보내면 그만이긴 하지만..그넘의 가격차이에 운임수수료까지 떼고 나면....

만만치 않은 가격차가 나기 때문에 일부는 여기서 소화하는게 훨씬 이득인 것이다.

오늘..

내 차에 차곡차곡 쌓아 실은 박스가 30개. 그리고도 십여개정도는 더 들어가겠다...싶은...

ㅎ..

이십개나 들어갈라나 어쩔라나 했는데 의외였다.

일찍 갔더니 텅빈 도매시장안은 운동장 같고....후진도 전진도 문제 없어

쿨하게 끝내고 돌아오는길

자랑하듯 남편에게 문자 보낼라다가 '임무완수'하고 말았다.

내가 도매시장 출동하는 일을 너무 잘하면..

우리집 남자 자기의 빈자리가 좁아진걸 섭섭해 할지도 모르고..

또 한편..

믿거니...하고 떠 넘기는 일이 잦아질까봐서..

이따 전화 오면 '이이이잉....하면서 힘들다느니 못하겠다느니 징징거려 줘야겠다.

 

가을햇살이 베란다에 가득~하다.

커피가 맛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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