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서 바스락 소리가 난다.
스으윽..
사아악..
파란 허공을 지나 나뭇잎 사이를 가르는 바람에게서 바스락..바스락...
나뭇잎이 낙엽이 되어가는 소리가 난다.
아침에 잠깐 비가 내렸다.
비는 오고..
날은 추워지고..
'아들~ 오늘부터 간복 입어. 어! 멋내다 얼어 죽는다~'
'알았어. 엄마, 난 멋보다 추운게 더 싫커든~' 하며 문 닫고 들어간 녀석
짜증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바지가 작아서 못입겠어.'
'며칠전에 입어 봤을때 딱 맞는 정도라 그랬잖어.'
'여봐..작잖어.'
'에이..그정도는 뭐 괜찮겠구만.. 불편하면 앉아 있을때 살짝 단추 풀고
있음 안되겠니? 어차피 벨트 하잖어.'
'뭔 단추를 풀고 있어. 이거 작아서 못입어. 이거 입고가면 하루종일 신경쓰이고
배 아플꺼 같어.'
그사이 티비에선 날씨가 어떻고 저떻고....앵커 소리가 울림처럼 들리고..
'뭔 배가 아퍼. 뉴스 안들리냐. 오늘 엄청 바람 많이 불고 추워진데잖어.
한 이틀만 입어. 엄마가 오늘 하나 갔다가 세탁소 맞길께.'
'안돼. 걍 하복 입을래.'
'춥단다니까아... 옷이 작은지 어쩐지 진작에 입어봐야지. 엄마가 신경 못쓰니까
니가 입어보고 이야기 했어야지.'
'간복 입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거든'
근데...난 기억이 없고....
아들넘은 짜증을 부리고,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은 걍 저 하고 싶은데로 하게
내버려 두지 잔소리라고 뭐라 한다.
'추워진데잖어.'
'추우면 얼마나 추워. 그리고 니가 춥냐. 제가 춥지.'
'추워 고생할까봐 그러지'
마음이 파악 상했다.
날짜는 9월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하늘이 높아졌네
가을이 바짝 다가왔네 떠들어 댈줄만 알았지 아들넘 교복이 작아졌는지
어쨋는지 제대로 확인해 보지도 못한 어설픈 엄마 때문에
아들넘 추위에 고생할까봐서 더 안달을 한것인데
조금이라도 작은 옷은 유난 불편해하는 녀석이라 어지간하면 엄마 기분상하지 않게
내말대로 따라주는데 오늘은 하복에 체육복 걸치고 갔다........
내일은 더 추워진다는데...
아침 일찍 세탁소 가져다 주면 오후에 나올까?
아니야...잘 안해주더라고. 적어도 이틀은 걸리는데.....
바지 솔기를 들여다 보며 세탁소 달려갈까 직접 건드려 볼까..망설이다가
직접 손바느질로 엉덩이부분 여유있는 솔기를 터서 넓혔다.
봉틀이가 지대로이면 금방인데 일하기 싫타는 넘 어쩔수 없어
한시간 반을 쪼그리고 앉아 손바느질로 뜨고 다림질로 다려놓고 나니
굿~이다.
난..굿~인데 아들넘도 좋다고 봐줄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쨋건 낼 아침엔 하복에 체육복 걸쳐입고 학교가는 모습은
안봐도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하나 시간반 걸렸으니 나머지 하나 늘리는데는 한시간이면 땡~치지 않을까...싶다.
대충~ 집안 꼬라지 정리 좀 하고....간만에 십자수 하던 실력으로
나머지 바지 하나도 멋지게 늘려놔야지~
난..
유난..
추위에 민감하다.
그래서..
나 추우면..
남들도 다아 추운 줄 알고 호들갑을 떤다.
너 추우면 남도 다 춥지~ 하는 우리집 남자의 말이 헛말이 아니다.
바람...
그속에....
깊은 가을이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