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1

비온다더니..

그냥. . 2011. 2. 26. 22:20

비온다더니..

햇살만 좋았다.

비온다더니..

어디서도 비의 흔적은 없는 날이였다.

토요일이라 좀 한가할줄 알았는데 아니네.

사람 일 참 모르는거여.....

내일아침 눈뜨면 비가 내리고 있을까?

그랬음 좋겠다.

간만에 비가 좀 왔으면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은넘이 휴대폰을 내게 맡겼다.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두어달전에 바꾼 새 폰을 내게 맞겨놓고

가지고 다니질 않는다.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잘 쓰면 유용한거고, 잘못쓰면 유해한것이 되는거라고..

쓰는 사람 나름이지 휴대폰이 뭔 잘못이냐고

가지고 다닐것을 이야기 해 봤지만..

작은넘 말에 의하면..

한번씩 집중 안될때 있는데..그럴땐 두세시간도 집중이 안된단다.

그럴때 폰이 있으면 문자놀이하고, 게임하고....인터넷하고...

그렇게 된다고, 그러다 보면 시간 금방 도망가 버린다고.

폰이 없으면 좀 헤매다가 다시 집중하면 되는데

불편하기는 하겠지만 방해가 되는건 확실하다고..

그러헥 이야기 하니 더이상 폰을 가지고 다니라는 말을 더 할수 없었다.

 

오후 늦게 일을 마무리 하고 있는데 작은넘이 수신자부담서비스로 전화가 왔다.

목이 아프다고 병원 가야겠다고..

토요일이라 일반 병원은 진료시간 끝났으니 잘 다니는 준종합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일 마무리 하고 병원에서 만나서 아빠 병원 들렸다 오자하고...

그리곤 정신없이 서둘러 후다다닥 뛰어다니며 정리하고

옷만 갈아입고 막둥이넘이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토요일인데도 차는 막히고..

늦었겠구나...싶어 서둘러 병원 문 열고 고개 내밀며 '설한빈'이 왔다 갔나요?

하고 물으니 안왔단다.

오잉~ 벌써 도착해서 진료했어야 할 시간인디....

병원 앞에 나와서 한참을 기다렸다.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학원까지 가볼까...싶었지만 길이 엇갈릴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동동거리며 기다리는데 오지 않는다.....

십분, .....이십분...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버스를 잘못 탔나? 요즘 휴대폰들이 많아서 공중전화도 많지 않은데.....

삼십분이 지나가니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했다.

뭐여...택시라도 타고 오라고 할껄.....

그넘의 버스 파업이 웬수지...버스들이 다녀야 말이지....

폰 가지고 다니면 얼마나 좋아....

버스 잘못탄건 아니겠지.....하면서 아들넘이 걸어올 방향을

눈알이 튀어나오도록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그러기를 얼마...저만치서 걸어온다.

어둠속이지만 내 아들이 분명하다.

성큼성큼 걸어가며 소리 질렀다.

'야~ 설!  왜 이제 와아.'

'어. 엄마. 버스가 없어. 한시간이나 기다렸어.'

'이눔아. 엄마는 니가 차 잘못탔는줄 알고 별 걱정을 다 했다.'

'엄마는 내가 몇살인디 버스를 잘못타~. 늘 타고 다니는게 버스잖어.'

'긍게 말이다. 그런줄 알면서도 안오니까 별생각 다 들잖어.'

'그넘의 버스가 15분만 기다리며 온다기에 기다리는데 안오잖어.'

'긍게 말이다. 징허다, 징해. 어쨋건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버스 운행율을 80%까지

올린다 하드라. 안그럼 지원금 안준다고 시에서 으름장 놓았데.'

'한 석달 됬어? 엄마. 버스 파업한지!'

'글쎄...지난번에 70일 됬다 했으니까 적어도 80일은 됬겠다.'

생각보다 아들넘 감기는 그닥 심하지 않았고.....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저녁 아홉신가..열시까지 진료하는 병원은

일곱시 마악 넘어섰는데 의사가 없다고 진료 할수 없단다

진료하지도 않는 병원 찾아 오느라고 그 고생을 한건가..싶은 마음.....

약국에서 약만 사들고, 남편에게 갔다가 정신없이 왔다.

여덟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지만 어머니 저녁을 안 해놓고 돌아다닌 터라..

서둘러 돌아왔다.

간단하게 먹고 들어가면 좋겠단 생각이 간절했지만..

집에 와 보니 다행이 어머닌 밥통에 조금 남아 있는 밥 드셨다고....

밥해 저녁 먹고, 나니 어느새 오늘 하루도 다 지나가고 있는거다....

 

할일은 많고,

하루해는 참 짧은 날이였다.

 

비온다더니...

아직이네..

낼 아침엔 빗소리에 눈 뜰수 있을까? 은근 기대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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