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절이 지나도록
구름을 모았다 흩으러 트렸다 하는 바람만 있을 뿐
비는 없다.
다행이기는 하다.
아들넘 방 이불을 빨았는데 비가 주룩 주룩 내렸으면
그 두툼한 솜이불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다시 빨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을께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니까...
햇살이 없어 뽀송뽀송하니 햇살 냄새를 기대하기는 힘들겟지만
불어대는 바람이 솜이불 속속들이 파고 들어 개운하게
말려 줄 껄 생각하니 기분마저 개운하다.
소리도 없이 자길래...
아침에 꺼억 꺼억 화장실 들락 거리는 거 본 뒤라..
자는 김에 푸욱 자라고 깨우지 않았다.
아침도 안먹고...점심도 안먹고...맘에 좀 걸리기는 했지만
가끔은 밥보다 잠이 더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시 너머가는 시간 슬그머니 큰아이 방문을 열고 들어 가 보니 없다.
'제 방에서 넘겨서 치워야 하겠기에 형 방에서 자라 했는데..
'아들~' 하고 불렀더니 지방 책상앞에 앉아 대답한다.
'언제 일어났어?'
'금방..'
'속은 좀 어때?'
'좀 안좋긴 한데 괜찮아. 선생님께 전화 드렸어?'
'어. 드렸지. 병원 다녀와서 푸욱 쉬라 하드라.
죽 끓여 줄께 먹을래?'
'뭔 죽? '
'어....닭고기 엄마가 삶아 놨어, 그게 잘게 저며서 야채 넣고 끓여줄께'
'어..'
과로.. 맞는 거 같다.
죽도 한~ 그릇 먹고,
씻고 다시 방콕~ 했다.
공부가 재밌을까?
공부가 재밌니? 하고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어쩌면...공부에만 매달려 살아서 가만히 앉아 있는게
익숙하지 않고 불편하고 불안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성적도 열심히 노력 한 만큼 나와줘야 하는데...그것이 젤루 걱정이다.
지금 당장 노력의 댓가가 나오지는 않드라도
언젠가는 빛을 볼 날 있을꺼라 믿는다.
'우리집 애들은 왜 저렇게 아파 쌌는가 모르겠어' 내가 툴툴 거렸다.
'약하니까 그러지.' 우리집 남자가 무덤덤하게 대꾸한다.
'내가 약하게 낳아 놔서 그런가봐...'
'저만하면 그래도 건강한 거지'
'건강하기는..저정도 컸으면 아파서 학교 못 가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지.
꼭 열나서, 아님 토하고 설사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잖어.'
'그러면서 크는게지..'
'아냐. 내가 약하게 낳아 놔서 그래. 임신했을 때 제대로 못 먹어서..'
'죄송합니다.'
'그렇게 못먹은 사람도 없을꺼야.'
'죄송합니다...'
'암것도 못 먹는데 밥 한그릇 안 사주고....'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하나 더 낳을까요. 정말로 정말로
잘 해 줄 자신 있는데....'
우리집 남자 꼬리를 푸욱 내리고는 미안해 죽을 라 한다..
지난 이야기 자꾸 끄집어 내서 자꾸 미안해 하라는 건 아니지만
속상하다.
아들넘들 두넘 다 어쩜 저렇게 여직 잔병치례를 하는지..
입덧으로 링거 맞으며 간간히 버텨 나갈때도 우리집 남자는
나에게 밥 한끼 사주지 않았다..
융통성 없었고, 어른들 어려워 그랬다지만 이렇게 자꾸
아들넘들이 골골 거릴때면..
불쑥 그때의 서운함이 치밀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