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2

나는 몰랐지만....

그냥. . 2012. 12. 30. 23:30

 

내 부모가 식전부터 밤중까지 그렇게 죽을 힘을 다 해 살아낼 수밖에

없었음이 우리 자식들 때문이였다는 걸

나는 어리석어서 몰랐지만

내 자식들은 알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 더운대로 대책없이 그냥 온몸으로 감당하며

살아내는 내 인생의 어느만큼은 자기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철이 없어 울엄마 울아버지 일하고 들어오셔도 건성으로

'다녀오셨어요~' 하고 말았지만

내 아들들은 '엄마~ 아빠~ 날도 추운데 고생 많이 하셨지요. 커피한잔 타 드릴까요?'

건성이 아닌 진심어린 말한마디 건내 주었으면 합니다.

 

울엄마 울아버지도 이뿐 옷 입고 싶고, 맛난 것 먹고 싶고, 쉬고도 싶으셨으리라는 것을

나는 너무 어려서 몰랐지만

내 아들들은 알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도 좋은 옷 좋아하고, 맛난 음식 좋아하고, 일하는 것 보다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내 아이들은 현명하게 알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옷음이 내 행복이...

내 기쁨이

울엄마 울아버지의 전부였음을 그때의 나는 너무 어리고 어리석고 철 없어 몰랐지만

내 아이들은 알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들이 행복하면 부모도 행복하고,

아들이 기쁘면 엄마는 더 기쁘고,

아들이 아프면 부모는 더 없이 아프다는 걸 내 아이들은 알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못했지만..

내 아들들은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얼마나.......어리석은 바램인가요.

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마음인가요.............

이 보다 더 과한 욕심이 있을까요.

그러나 가끔 나는..그리고 내 남편은...은연중에 이런 아들들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이제 열여덟, 스무살 아들들을

마흔넷, 마흔여섯을 살아 온 우리 눈높이에 맞춰주지 않는다고

속상해하고 서운해하고, 야단치지는 않았는지...

그저...

열여덟, 스물.. 암것도 모르는 풋내기 강아지한테

어른 흉내내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봅니다.

나는 지금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일들을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바랬던 적 없었는지...반성합니다.

그저..

아이일뿐....

크게 속 썩이는 일 없고,

건강하고, 열심히 제 할 몫 해가면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감사하면서도 가끔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것들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가만히 눈 감고 반성합니다

그저..

열여덟, 스물 아이들이라는 걸 잊지 않아야지......다짐합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 더 괜찮은 부모가 되도록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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