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은 비로 시작했다.
열곱시 너머 밥 먹자고 보채는 남편이랑
아침을 먹고,
여덟시 반 아들넘들을 깨웠다.
작은넘은 알바를 가야하고,
큰넘은 우리랑 군산에 가서 짐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서
지난번에 설치하지 못한 세탁기도 설치하고,
아들넘은 번쩍 들어올리는데
내쪽은 꿈쩍도 않던 아일랜드 식탁도 옮겨야하고,
침대도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하고,
이런 저런 살림들도 가져다 채워야 해서
작은넘 버스 정류장에 내려주고 군산에 갔다.
나는 주방에서 새 식기들을 씻고 정리하고
우리집 남자는 세탁기 연결하고,
침대 조립하고~
아들넘은 우리집 남자 쫓아 다니면서 조수노릇 지대로 하고..
이제 가스만 들어오면 사람 살게끔 해 놓고 왔다.
월욜날 인터넷 설치하고...
거실에서 짜장 짬뽕 시켜 먹는데
거실 창으로 비춰시는 배경이
완전~ 죽인다. ㅎㅎㅎ
너무 좋아~ 너무좋아~를 외치니
울집남자 아들이랑 거기사 살란다~
비가 내려도
눈이 내려도,
봄이고 가을이고 여름이고 겨울이고
너무 좋을거 같은 호수의 풍경이
정말이지 맘에 든다.
누구 하나 같이 자취해도 좋고,
혼자 해도 좋고~
밥 잘해먹고 살지 어쩔지는 모르지만....
지가 원한 일이니 해보랗 ㅏ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작은넘은~
1학년때 놓아서리~
장학금을 하나도 못 받아서리~
남편이 등록금의 일부를 부담하라 했는디
삼십만원 바담하겠다 약속해서리~
이번 설에 받은 새뱃돈 몽땅 털어 아빠 가져다 줬는디~
아빠가 그걸로 너 사고 싶다던 워커하나 사고,
바꿔야 한다던 운동화 하나 사라 했다는~
그래도 다아 쓰기 미안해서리
팔만원 남겨다 가져다 드리니..
치킨 한마리 사라 하며 아들넘에게 남은 돈을 용돈 쓰라며 돌려주는...
그래서리...
아빠가 한마리
작은넘이 한마리 해서
치킨 두마리 사다가 캔맥 하나씩 하며 즐거웠다.
우리집 남자 말이...
작은넘 행복해 보인다고~
우리 마눌 행복해 보인다고~
마늘은 자기가 아이들한테 잘하면 무조건 행복해 한다고~
그거 아냐~ 물었더니 안단다.
흐 흐 흐....
아직
명절 후유증이 남아 피곤하기는 하지만
낼부터 다시 일을 해야 하지만..
참 행복한 저녁이다.
일이 있다는 거..
내 아이가 원하는 거
다 들어줄수는 없지만..
어느정도는 해 주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거..
그거보다 더 행복한게 뭐 있을까...싶다.
엄마한테..
아들 자취시킨다....했더니..
엄마가 동생 자취방 얻어줄때를 생각하시며...
그땐 밥통하나 사줬다시며 좋아라 하셨다.
세월은 참 잘도 흐르고...
엄마보다는 내 삶이 조금은 더 부드럽고,
내 삶보다는 내 아들들의 삶이 조금 더 부드럽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