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를 챙겨 주고 방으로 들어왔다.
입맛이 나지 않았다.
아니 아침은 입맛으로 먹는 게 아니고 의무감으로라도
먹어야 한다고 그랬다.
근데 단 한숟가락도 들어가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방으로 들어오니
식탁 밑 전용 방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우리 국수도 따라 들어왔다.
밥 먹고 일어나는 형에게 아빠에게 간식을 얻어먹어야는데
그냥 따라 들어 오길래
간식 먹어야지~ 하는데도 그냥 들어온다.
이 눔이 엄마 안 먹는다고 같이 안 먹으려나 봐하며 큰아이가
간식을 내미는데 고개를 돌린다.
야~ 웬일이냐? 싶었지만 이렇게 저 조그마한 강아지도
입맛이 없는 날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나는 먹은 점심을 국수는 먹지 않았고, 간식도 몰라라 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먹여보려고 산책 가게 밥 먹자고~
밥 먹어야 산책 갈 거라고 알아듣는지 못 알아 듣는지 모르는 협박을
늘어놓았지만 먹지 않았다.
자꾸 이불속으로만 파고드는 것이 계절이 바뀌는 자연의 변덕 앞에서
뭔가 찌뿌둥 한 모양이었다.
산책을 포기하려다가 그러면 진짜로 하루 종일 굶을 거 같아서
간단하게 동네 한 바퀴 도는데 힘들어한다.
힘들지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 당연 힘들지..
어느 만큼은 안고 어느만큼은 줄을 풀어주고 다른 날의 산책의 반의 반 정도
하고 들어와서
밥에 간식 쪼개서 올려주니 먹네
한 그릇 다 비우고, 물 먹고 한참을 싱글싱글하더니
또 잔다. 계절의 변화는 나만 버거운 것이 아닌 모양이야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았으면 좋겠는데 작년 하 도는
다른 국수가 보인다.
이제 만 오 년 차에 접어들었을 뿐인데 나랑 같이 늙어가는 느낌..
한 열흘 놀았더니 여기저기 삐걱거리던 몸은 좀 나아지는 거 같다.
근데 놀고 살 수는 없고. 늘어지기도 하고..
건강하게 일하면서 살수는 없을지 연구해 봐야겠다.
세탁기 건조기로 들여놓으라고 욕실에 설비를
새로 했다.
그런데 내가 망설이고 있다.
낭비나... 과소비 같은 생각..
엄청 좋다는데.. 물론 필요도 하고.... 사준다는데
나는 왜 망설이고 있을까?
이제 큰아이도 머지않아? 분가를 하게 될 것 같고
그러면 사실 빨래도 그다지 많지도 않을 텐데...
다섯 살다가 둘이 줄으면 뭐 일을 날마다 바쁘게 하는 것도 아닌데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가
어차피 세탁기가 아쉬웠잖아 싶기도 하고 그렇다.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다.
이미 선택은 나만의 문제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