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2(쉬운 나이)

역시 언니는 언니야

그냥. . 2022. 8. 30. 22:30

가을이 훅하고 예고도 없이 들어왔다.

여름은 인사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비 많은 틈에 바뀐 바람이 어제도 그저께도 오늘도 낯설다..

어느새 따듯한 커피가 맛있어졌고, 

내 발엔 양말이 신겨져 있고, 긴 바지를 꺼내 입었다.

에어컨 바람 방지용 긴팔 가디건이 내 팔에 둘러져 있다.

이렇게 가을은 훅 들어왔다.

몸 사리고 있는 여름이..

아직 나 여기 있다고 몇 번은 얼굴을 내밀지도 모르지만

이미 가을은 대세가 되어 버린듯 하다.

밤 빗소리가 곱게도 들린다.

하루 종일 오는 것도 아니고 아니 오는 것도 아니고..

어제와 너무 닮은 오늘이더니

지금은 제법 빗소리가 들린다.

빗소리는 참 좋아...

좀 습하고.. 좀 어설프고 

좀 불편해도 그것마저 감당하게 만들잖아.

비가 내려서 캔맥 하나 하고 있다.

냉장고 안 들어간 맥...

따뜻한 커피는 맛있는데

냉장고 커피는 너무 차가울 것 같고

싱크대 안의 맥주는 맛없네.. 

 

 

어제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폰이 안된다고...

전화 오는 건 받을 수가 있는데

하려고 하면 카메라가 나와 있어서 전화를 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내가 

엄마 집전화로 전화해서 홈 화면으로 들어갈 수 있게 

일러 드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가 나와 있단다.

그래서 그럼 

휴대폰 전원 끄기를 해 보자 싶어 가르쳐 드리면서 다시 시작하기가 

편할 것 같아 다시 시작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된다고..

그래서.. 다시 완전 전원 끄기에서 다시 켜기를 일러 드렸는데도 안 된단다.

나랑 통화하기 전에 언니한테 문자 넣었는데 답이 없다시며...

큰집 언니한테 전화하고 싶은데 못하고 계신다고 해서..

전화번호 톡으로 찍어 드리고...

고장 난 거 아닌가 싶다고 했다. 카메라가 폰을 다시 켰는데도 켜져 있다면

그건 고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집이나 뒷집 젊은 사람한테 한 번 가지고 가 보시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스마트폰은 엄마에게는 가끔 이렇게 알 수 없는 낯선 물건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좀 있는데 전화가 왔다.

됐다~ 하고...

언니가 어찌어찌 해 보라 해서 했더니 되드라고...

어떻게?

하고 물으니

화면을 밀어 보라고 해서 밀었더니 거기 있더란다.

아.. 하...

그거였구나..

전화 어플이 다른 화면으로 넘어간 거였구나...

그리고 그 자리에 카메라 어플이 자리 잡은 것이었고...

전화기 어플이 그 자리에 없고 카메라 어플이 있으니

카메라만 있다고 했던 거고...

흐흐흐흐..

이렇게 간단한 일이...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우리도 잘못 건드리면 가끔 이 빠진 것처럼 어플이 다른데 가 있기도

하는데 말이다.

오늘 언니랑 통화하면서 들으니..

번뜩 그 생각이 나더란다.

다른 화면으로 넘어갔구나... 하고..

역시 언니는 언니다.

울 엄마 답답함은 그사이 해결 됐다.

근데 울 엄마..

폰 안되면 나한테 전화하더니

어제는 왜 언니한테 먼저 문자 넣었을까?
내가 며칠 전에 통화하면서 정신없어서 막둥이 명절 차표도 못 끊었어했더니

뭐 바쁜 일 있냐 그러시길래

아니.. 그냥.. 했더니만

그것이 마음에 걸렸었던 모양이다.

울 엄마의 촉은... 어디까지 뻗혀 있는 걸까..

조심조심 또 조심..

그리고 건강 건강 또 건강하게 살아야지..

자식 아픈 건 정말.... 느끼게 하고 싶지 않은 일이야.

엄마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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