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편안한 하루하루(2023)

졸리다

그냥. . 2023. 12. 6. 22:30

 
이제 열 시 넘어가는데 눈꺼풀이 무겁네
오후에 제법 굵은 빗줄기와 함께 천둥 번개가 울었다.
제법 시원스럽게 들리는 빗소리가 반가웠다.
겨울에는 듣기 힘든 빗소리였다.
에탄올 유리관 속의 불꽃이 사그라들고 있다.
어제 태우고 남을 에탄올이 한참을 제법 멋지게 타오르더니
촛불 같은 불꽃이 작은 솜털처럼 팔랑 거리다가 사라졌다.
사라진 불꽃 자리에는 어둠이 더 짙은 것 겉어.
다시 연료를 넣어 불꽃을 만들어 볼까. 하다가 말았다.
지금 내 눈꺼풀은 무거워요~ 하기 시작한 지 꽤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면 추워지는 게 맞는데 창문을 열어 봤는데
비도 그치고 그다지 많이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
 
엄마집은 엄마와 함께 늙어간다.
아버지 계실 때만 해도 솜씨 좋으신 아버지가 어떻게든
고치고 보수하고 다듬어서 불편함이 덜했겠지만
지금은 여기저기 불편한 부분이 들여다 보이기는 한다.
마루에 샤시도 달고 창문도 이중창으로 바꾸어 달기는 했어도
엄마가 아무리 애지중지 귀하게 사용을 하셨어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 있다.
잠깐씩 들르러 가는 식의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집의 노후화는
엄마에게는 자신의 몸만큼이나 불편할 것 같다.
그럼에도 알면서도 눈 감는 이유는 두말하면 잔소리인
돈이 문제고 또 엄마가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고,
또 한 번 손대면 끝도 없을 나이 든 집을 손대는 것이 
겁이 날 만큼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겠지.
늘 봐 오고 살았던 집이어서 그냥 엄마집은 그냥 좀 불편해도
그만의 포근함이나 추억 그걸 채워주는 낯익은 것 들이 있어서
좋은 것은 우리 자식들 생각이고
엄마는 나이 드신 몸으로 늙어가는 집에서 살아가는 게 쉽지는 않으시겠지
참 안쓰럽기도 하고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싶다.
하늘에서 뚝.. 아니야 요행을 바라다니...
요행이나 바라고 있는 내가 참 우습다. 

'지나간날들 > 편안한 하루하루(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멍뭉이와 멍뭉이인형  (1) 2023.12.08
아주 오래된 사진이다.  (1) 2023.12.07
늦은 밤  (1) 2023.12.05
나만의공간  (0) 2023.12.05
겨울 나들이  (2) 2023.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