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뿌옇다.
안개인가.. 하고 들여다봤는데 아무래도 미세먼지 같다.
초미세먼지 나쁨이라고 꼬마 악마 얼굴이 날씨 어플에
들이 밀고 있다.
차라리 좀 춥고 날이 화창하면 좋으련만
안개라면 분위기 좋네..하겠지만...
따듯한 라테 한잔 마시고 있는데 오늘은 커피가 맛이 없네
어제 새로 들인 커피가 입맛에 아닌 모양이야.
늘 먹던 커피보다 좀 저렴한 줄 알고 샀는데
한 상자에 원래 먹던 건 10개가 들어 있는데
8개가 들어 있더라고, 오히려 기존의 것보다 가격이
좀 더 높은 커피인 것였는데 열개 들어 있는 줄 알고 샀다.
커피든 뭐든 어느 정도 퀄리티만 완성되면
아무래도 길들여진 입맛이 최고인 것 같다.
100 캡슐이나 샀는데 말이다.
다 소비할 때까지 별로이면 정말로 내겐 아닌 거고
먹다 보니 괜찮네 싶으면 또 이 입맛에 길들여지는 것이겠지.
사실 노트북 앞에 앉을 생각은 없었다.
청소기 가지러 들어왔다가..
어젯밤에 채워놓고 다 연소시키지 못한 에탄올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아서..
남은 에탄올 연소도 시킬 겸
안 되는 소화도 좀 시켜볼 겸 해서 앉아 있다.
토요일이니 남편도 점심 먹으러 올 부담 없고,
날이면 날마다 일찌감치 나가 버리는 엄마가 집에 있으니
늘어지는 멍뭉이도 편안해 보이는데 좀 늘어져도 괜찮겠지 싶다.
비실 거리던 불꽃도 제대로 타 오르고 있다.
창문을 열어 좀 싸아한 마당 공기를 가슴 깊숙이 들이마시고 싶은데
오늘은 안 되겠지.
운동하면서 느끼는 건데...
운동 끝내고 씻고 나서 차까지 걸어가는 그 시간의 그 상쾌함이
정말 좋더라고..
춥던 춥지 않던 뜨듯하게 데워진 폐부로 들어오는 그 맑은 공기 느낌..
나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이 드는 게 참 좋다 느끼고 있다.
지난밤에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보거나 욕심 내 보지 않았던 일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
아니 마치 내가 엄청 소원하고 바라던 것처럼 이루어져서는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던 모습에
아침에 눈 뜨는데 기분 좋았다.
그래..
현실 불가능한 일이래도
이렇게 꿈에서라도 한 번쯤 가능한 일이라면
괜찮구나 싶다.
현실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이나 두려움은
꿈에서는 없더라고..
그게 제일 좋았던 것 같아.
소심한 내가 소심하지 않고
그냥 그래... 좋아하는 모습이 마냥 좋더라고...
얼마나 타 오르다 사그라질까..
저 불꽃은..
저 불꽃이 사그라 지는 동안만 앉아 있어야지 했는데
이미 자판 두드리는 일이 마무리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지
불꽃의 눈치를 보고 있다.
다시 남은 에탄을 을 두고 불꽃을 사그라 트린 다면..
다음 번에 더 채워진 에탄올로 물론 문제없이 타 오르겠지만..
왠지 다 연소시키고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시다 덩그러니 내팽개쳐 둔 라테 잔을 다시 들고 올까?
초코시럽을 좀 넣어서 마셔볼까...
아홉 시도 이십 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오늘 날씨는 빨래하기도 뭐 하고, 창문 열어 청소하기도 뭐 하고..
흐흐흐흐..
내 늘어짐을 날씨 핑계로 돌리고 싶은 모양이다.
어찌 됐건..
미세먼지 나쁨 그것도 매우 나쁨이니까
굳이 창문 열어 미세먼지 집안으로 초해 할 필요는 없겠지
간단하게 후딱 청소하고...
어제 손 놓았던 뜨개나 열심히 해 봐야지 싶다.
아직..
불꽃은 화려하게 타 오르고 있다.
나... 아직 한창이거든
조금 더 기다려.. 하듯이 말이다.
그래 그래 알았어.
손 그만 토닥거리고 진짜로 불멍이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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