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은 참 매섭다.
기온이 그렇게 많이 내려간 건 아닌데 바람 때문에
정말 산책 나가기 싫은 날이었다
늘어져 주무시고 계시는 멍뭉이에게
다정하고 똑박또박 국수야~ 부르고
은근슬적 구렁이 담 넘어가듯 사ㄴ채 ㄱ 가까... 했는데
벌떡 일어나 가시겠다고 앞장을 서신다..
오늘은 안가면 안 되까? 엄청 추운디..
그렇지만 이미 우리 집 멍뭉이 마음은 현관 밖을 달리고 있어서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바람만 쌩한 천변길을 멍뭉이랑 나랑 둘이서 추워 추워하며
뛰다 걷다 뛰고 또 걷고 하면서 활보했다.
춥다..
바람이 정말 춥더라고 손도 시리고, 머리도 시리고...
뒷목도 시리고~
잠깐 동네 한 바퀴만 했으면 좋겠더구먼 이넘의 멍뭉이는
지는 털옷 뜨듯한 거 입었다고 걱정 없다는 듯
그렇지만 역시 추운지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영리하다.
기특하다.
저 아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 날씨에 그 시간에 이 길을 이렇게 즐겁게 걷고 뛰고
할 일이 있겠나 말이다.
하늘은 맑고, 날이 추우면 확실히 하늘은 더 맑은 것 같아.
새들은 날고,
하천에는 엉덩이만 하늘로 치켜올리고 물속에 머리를 들이 밀고 있는
오리, 삼삼오오 모여 있는 오리들이 춥지도 않은지 많이도 앉아있다.
내일도 많이 추우려나 봐
난로 옆에 앉아 있는데도 손이 시리네.
낮에 만들어 놓은 김밥이 소화가 잘 안돼서
밥을 조금 먹었더니 배 고파 차갑게 식은 김밥을 몇 개 주워 먹었다.
차가운데 괜찮네.
근데 또 소화 안될까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
왜 미리 걱정하느냐고?
흐... 경험이 먼저 마음에 스며드는 거지 뭐..
저녁 먹고 몇 시간을 뜨개실 아이쇼핑 하는데 보냈다.
친구들..
우리 친구들 쁘띠 목도리 떠 주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사실 쁘띠 목도리는 내 성에 차지 않아서..
스카프나 가벼운 목도리를 생각하고 있는데
아니 삼각 스카프 목도리가 좋을 것 같다.
이미 패턴은 또 바뀔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 정해 두었으니
실만 사면 되는데...
하긴.. 봄 스카프 아니고 가을 겨울 거니까...
좋은 실이 자꾸 욕심나고,
좀 더 싸게 구입할 수 없을까 구경하다 보니
다른 나라 쇼핑몰까지 들어가게 되네...
믿을 수가 있나.. 싶은 마음도 들고..
사실 이번 봄 말고 가을을 생각하고 있기는 한데
총 일곱 개를 떠야 하니..
여유가 좀 필요하기는 하다.
천천히 틈틈이 더 둘러보고
괜찮은 실로 괜찮은 걸 만들어서 선물해야지 하고 있다.
이명이 제법 심하다.
그것도 양쪽 귀에 모두..
그래서 핑계인지는 모르겠는데 독서는 잘 못한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오디오북을 자주 애용한다.
그러다 가끔 잠자리에 누워서 전자책을 잠깐씩 보기는 한다.
그래도 오디오북이 편하다.
독서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실 욕심보다 책 욕심이 더 많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실 욕심이 하늘을 찌른다.
근데.. 나는 내 일기장을 아니 일기들에 참 애정이 많은 것 같다.
하루에 한 두 번이 아니고,
가끔.. 어떨 때는 종종.. 그리고 내가 썼던 글들을 가끔 읽기도 한다.
그런 거 보면 나는 내가 써왔던 일기들에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
또 어느 날 갑자기 게으름을 피워 텅 빈 일기장의 날들이 많아질지
모르지만..
그렇다.
일기 쓰는 이 시간도,
가끔 들여다보는 그런 저런 자투리 시간도
불멍 하는 시간만큼이나 즐기는 것 같다.
손끝이 시려도 일기는 쓰고,
엄마는... 아.......... 오늘저녁엔 뜨개실 들여다보느라
엄마한테 전화도 못했네
못했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니....
울 엄마의 겨울이 따듯하고 포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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