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아홉 시 마악 지나가니 작은 아이 닉네임이
뜨면서 폰이 부르르르 떤다.
어.. 아들..
엄마 나 지금 들어왔어.
안 춥냐?
어 괜찮은데.
공부는 많이 했어?
뭐 그냥.. 시험도 봤는데.
어땠어?
뭐 그냥.. 잘 모르겠어.
00야.. 급하게 마음먹지 마..
조급하게 생각한다고 삶이 그렇게 네 마음처럼 살아지던?
안 그럴 때가 더 많지..
그거 알면서 왜 그렇게 마음이 급해..
좀 여유 있게 생각해.
알았어.
진짜로.. 네 마음 너무 잘 아는데 급하게 마음먹어 도움 될 것 없어
엄마는 너 마음 졸이이다가 아플까 걱정이다.
안 아파.. 걱정 마.
그래.. 천천히 가자 응!
알았어.
언제 집에 안 내려오냐?
글쎄... 좀 그렇네..
옷 가져가야지 않아?
엄마가 보내줘도 되고..
너한테 있는 것들도 집에 가져와야 하지 않아?
그러기는 하는데..
패딩이랑 겨울옷은 세탁소에서 찾아다 놨어.
그건 아직 안 입을 거고.. 니트는?
니트는 지금 입는데
보내줄까?
엄마 사진 찍어서 보내 줘 봐..
알았어. 엄마가 내일 사진 찍어 보내줄게
필요한 것 네가 말해줘 그럼 보내줄게..
그리고 이불은 얇지 않아?
아직은 괜찮아. 그래 그건 그럼 또 나중에 이야기하고..
피곤하지는 않냐?
어.. 괜찮아.
. . .. . . .. .. . .... ........
아들이랑 통화를 한다.
일요일 저녁 사옥에 들어가기 전에 전화를 주는 아들..
엄마가 지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걸 아는 것이다.
이제 그만 안주했으면 좋겠는데
아들은 안주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단다.
그래서 마음이 바쁘다.
난.. 나는 엄마 입장에서 이만치 멀리서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는데
아들은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 모양이다.
그냥 이제 좀 편안하게 살아도 좋겠구먼...
그건 내 마음이니 강요할 수는 없다.
그저 응원할 수밖에...
지금 내 아들이 엄마 말을 수긍하기에는 너무 젊다.
그리고 남동생 닮은 성격..
내 성격이 아닌 아이이니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게 맞는 것 같다.
11월도 3일이 지나가고 있다.
메밀꽃밭에서 찍어 댄 사진 속에
실수로 찍어진 셀카...
정말 그리도 못날 수가 있을까 싶은 늙은 여자하나가
거기 있었다.
뭐 하나 봐줄 게 없는 스스로도 낯선
김 그냥 여사..
나를 세상 제일 좋아해 주는 멍뭉이와
날마다 비실 거리는데도 마누라이라고 챙겨주는 남편..
전화 걸어 잘 있다고 신고해 주는 아들..
얼굴 내밀고 밥도 먹어주는 큰아들...
나만 잘 살면 되는 것이다.
가을 하늘이
메밀꽃보다 더 이쁜 날이었다.
꽃객프로젝트라고.. 핑크뮬리가 유명하다는 곳도
갔었는데
색이 다 바랬더라고..
그래도 사람은 많고, 입장료는 받고..
핑크뮬리가 핫하기는 한가 봐..
메밀밭보다 사람이 훨씬 많았다는..
근데 나는 메밀꽃밭이 더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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