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쓰는 시간이 자꾸 늦어지는 건
그림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빈 둥 거리다가
저녁 먹고 물감과 붓을 잡고 번호대로 채색하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는 일인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러게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이 참 좋다.
올해부터는 김장을 내가 하려고 마음 먹었었다.
남편도 그렇고 팔순이 넘은 엄마에게 김치 얻어다 먹는 것도
그만해야지 싶었기 때문이다.
어깨가 아파 병원에 다니는 것도 있고
허리도 일을 안 하면 괜찮겠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은 이유도
있다.
그걸 다 떠나서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엄마네서
김장인가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내가 김장하겠다고 몇 번이나 말씀을 드렸는데
엄마가 하면 얼마나 하겠냐며 고집을 부려서
못 이기는 척 엄마네 가서 김장을 해 가지고 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남편도 그렇고... 내 마음도 그렇고..
사실 나는 좀 오락가락하기는 했다.
엄마가 올해 같은 기상 악화에도 배추에 얼마나 정성을 들여
키워 놓으셨는지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엄마 일을 줄여 드리는 건 좋은데 그것이 엄마
엄마의 마음을 저버리는 일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늘 엄마한테는 아픈 손가락이고...ㅠ.ㅠ
왜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하면 뭐 하겠는가..
앞으로나 안 그러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다음 주나 김장해 놓고 엄마한테 김장했노라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오늘 통화 중에 엄마가 며칠 김장 해야겠다 하시는 거다.
그래서 엄마 내가 김장하려고 절임배추 주문해 놨어!
했다가 노발대발..
텃밭에 배추가 엄마 혼자 먹으려고 그렇게 해 놨는지 아느냐 어쩌나
하시는 거다.
동네 배추 모자라는 집 많다면서 그러냐 동네에 팔아라
했더니
팔려고 그 정성을 다해서 키웠느냐 어쩠느냐 하시는데
그래도 내가 물러서질 않으니
속에서 열불이 난다며 전화를 끊어 버리시는 거다..
ㅠ.ㅠ.
남편은 남편대로 이제 그만해야 한다 하고..
나도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만
엄마는 또 속이 상해하시고..
밤새 속상해하실 까봐
다시 전화를 드렸다.
이러고저러고 차분히 이야기를 해도
엄마는 안 들으신다.
올해만 하잔다.
올해만..
그래 그러자 했는데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김장... 참.. 어렵다.
내가 조금만 건강했더라면 엄마가 이렇게까지 걱정하시진ㄴ
않으실 텐데 말이다.
오늘 아들의 논문이 해외 유명 학술지에 등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그동안 고생한 아들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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