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오늘도 좋은하루)

봄은 이미 내 곁에 있다.

그냥. . 2025. 3. 12. 23:28
마악 피고 있는 매화

며칠 만에 노트북 앞에 앉았다.
2박 3일 친정에 다녀오기도 했고
어제는 일없이 피곤해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뭔가 좀 편안해진 관계?
노트북이 아니라 일기 쓰는 일이 뭔가 좀 편해지는 관계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어느 때는 하루라도 건너뛰지 못하는 시절도 있었고,
또 어느때는 멀어지고픈 그런 시절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이어져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요즘은 좀 부담이 없어진 듯하다.
뭔가 집중해 있을 때에는 건너뛰기도 하고
뭔가 말하기 힘든 감정이 들 때에는 또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묻히거나 잊히도록 내버려 두기도 하는 관계가 되었다.
이러다 또 몇 달씩 건너뛰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유지하고 있다.
 
엄마네 집..
엄마랑 김 씨들만 모였다.
처남댁은 아버지 산소 들렀다 돌아가고
남편은 나 데려다주고 아들 밥 챙겨 먹인다고 가고..
좋다.
안 좋은 관계에서 빠지는 사람이 있으면 불편할 텐데
그게 아니고 서로 바빠서 그렇게 된 것이니
그냥 뭐 편하고 좋다.
어떨 때는 김 씨들만의 만남을 즐기기도 한다.
오래된 방 벽지를 새 벽지로 교체했다.
요즘을 풀벽지가 나와서 너무 좋더라고..
나 보다 나를 더 걱정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ㅎ..
좀 민망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 정도는 아닌데
내 보이는 모습이 가족들에게 어떻게 비치어지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뭐 그런..
무튼 따듯했다.
완벽하게 잘해 내지는 못했지만..
산뜻하게 바뀐 방에 만족하는 엄마가 계시니
너무 좋다.
키 큰 동생이랑 뭐 조금 아는 나랑은 천정부터 벽까지 벽지 붙이고
언니는 잘라주고...
셋이 하니 힘든 줄 모르게 즐겁게 했다.
방해가 될 줄 알았던 멍뭉이도 얌전하고..
이렇게 얌전한 강아지가? 싶을 정도로..
방바닥에 떨어진 풀도 피해 다니더라고..
도배를 하는 현장에 있었는데 풀이 하나도 안 묻은 멍뭉이라니
이게 가능하더라는 이야기지..
다음 날 동생 면회 갔다가...
남동생은 제 집으로 돌아가고..
언니랑 나랑 엄마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엄마가 언니랑 나랑 오해하는 부분 이해 시키느라고...ㅎ..
울 엄마도 연세가 드시니 생각이 한 곳에 꽂히면 잘 못 벗어나는
일이 생기더라고..
그렇게 그렇게 몇 번을 이야기해서 이해시키고..
남편에게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거 오해라고.. 풀어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내... 이야기...
그러고 보니 내가 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살지를 않았더라고..
눈물 닦아내는 언니..
한숨 쉬는 엄마...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고 견디어서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니냐며..
남편을 이해시키고...
공감해 주는 언니와 엄마...ㅠ.ㅠ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 놓은 건 아닌지..
엄마 혼자 많은 날 많은 밤을 곱씹으시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언니는.. 언니니까 걱정을 안 하는데..
사는 게 바쁘고... 주변이 분주하니 내 걱정을 늘어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그런데 엄마는 어떨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오해는 풀어내야 해서....
엄마도 예전처럼 걱정을 끌어안고 사시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어쨌건... 과거의 일들이고..
지금은 잘 살고 있으니 말이다.
꿈자리만 안 좋아도 내 생각이 먼저 든다는 엄마...ㅎ...
나만 건강하면 되는 것이다.
그냥.. 쫌 울컥하네..
내 살아온 날을  엄마랑 언니한테 이야기할 때도 울컥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 참았다.
어쩌면 내 몸에 나타나는 모든 자극들은..
해빙기에 나타나는 그런 일시적인 명현현상 아닌가 한다.
조금 더 따듯해지고 
이 따듯함에 조금 더 익숙해지면
나도 가벼운 바람처럼 그렇게 봄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아직 더 건강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많은 나이이기 때문이고..
나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을을 무심한 시선들로 바꿔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믿는다. 내가 아주 평범한 중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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