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는 이제 마악 노오란 꽃망울을 터트리는데
우리 멍뭉이는 벌써 더워한다.
평생을 벗어 던지지 못하는 털 옷 때문일까?
꽃보다 먼저 찾아든 따스한 햇살과 기분 좋은 바람에
나는 너무 좋은 산책 길인데
멍뭉이는 앉아 쉬어 가는 텀이 많아졌고
그늘이 좋다며 내가 만든 아주 작은 그늘에 철퍼덕
주저앉으셨다.
물도 마시고
쉬어도 가고..
안아달라고도 하고..
겨울 내내 제 발로 뛰더니
안아달라는 멍뭉이를 보니 봄이구나 싶다.
작년하고 또 다른 느낌..
너도 늙어가는구나..
나도 너처럼 늙어가서 너를 땅 위에서 들어 올려
내 중력에 더해 걷다 보면 힘이 들어.
그래도 여전히 나는 너의 보호자이니 너의 무게쯤이야
감사하게 감당하고 살아야겠지..
친구랑 통화를 하다가....
걱정에 걱정을 키워 걱정을 먹고사는 친구에게
걱정은 먹이지 않아도 자라는 것이니 좀 털어 버리라는 말을 했다.
너무 쉽지 말은..
앞에도 걱정 뒤에도 걱정....
친구만 걱정이 많은 것은 아니다
나도 걱정 마니아다.
걱정이 많아서 걱정이 부풀어 그 걱정이 주변에
전파될까 우려해서
표현을 안 하고 있는 것뿐이지
나 같은 겁쟁이가 세상을 살아가자니
모든 게 걱정 투성이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미래 걱정
지난 일 걱정..
그것 다 집어치우고 지금만 보라 했다.
얼마나 다행이냐고..
성실한 남편 건강한 아이들 가을이면 전역하는 아들``
너의 삶에 거친 풍파가 없어서 잔잔한 걱정 속에 사는 거라고..
감히 이야기했다.
감사하며 살아 보자고 친구한테 이야기하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문득 또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내가 지금 당장 없어지면.... 하는 허탈감 같은..
ㅎ..
난 아무렇지도 않게..
너나 나나 지금 당장 이 세상에서 지워져도..
몇 달? 자식이나 남편이 힘들어하겠지만 그것뿐이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갈걸..
세상에 우리 둘 없어진다고 달라지지 않아
그냥 잘 돌아 가..
그러니 그런 것에 마음 너무 두지 말고 너 챙기며 살아... 했다.
울컥하는 친구에게...
너무했나 싶기는 했지만..
그게 현실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세월은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까
그러지 않으면 누구도 살아갈 수가 없을 테니 다행이지 않나 싶다.
오전에는 엄마네도 다녀왔다.
어제 엄마네 텔레비전이 신호 없음이 자꾸 뜬다고 해서...
폰으로 영상통화 하면서 가르쳐 드렸는데
그게 잘 안되었다.
엄마는 힘들어하고.. 텔레비전 소리도 없는 엄마 방안에
무겁게 내려앉았을 적막을....
어쩌나 걱정하다가
서비스 불러드려야지.. 했더니 남편이 다녀오자 해서
엄마도 없는데 다녀왔다.
시니어 일자리 나가신 빈 엄마 집에 들어가
리모컨 몇 번 누르는 걸로 텔레비전 살려놓고 다시 돌아왔다.
고맙다.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지만
오고 가고 두 시간도 더 걸리는 거리를 먼저 다녀오자고
말해주어서..
어제저녁에 엄마한테 아랫집 오빠에게 부탁해 보면 어떠냐 했을 때
종일 일 나갔다가 늦게 들어와 쉬고 있을 텐데... 어렵다 하셨다.
뒷집 00은? 했더니
거기는 더 어렵지.. 하셨었다.
그러게.. 팔십하고도 세 번째 해를 살아가고 계시는 엄마가
이웃 어려운 줄 알고 불편을 감수하시는 것이
울 엄마다 싶었다.
텔레비전 잘 나와서 좋다고..
사우에게 고맙다고 하시는 울 엄마..
혼자 감당하며 살아가기에 버거운 어깨에 매달린 세월들..
그리고.. 삶 곳곳의 걸림돌들..
내가 내 남편의 도움을 받아 그 걸림돌을 몇 개는 치워 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
그렇게라도 울 엄마의 앞 길이 평탄했으면 좋겠다.
울 엄마는 오늘도 텃밭에서 갓을 뜯어다가 땅에 묻어 놓은 무도
꺼내다가 물김치를 담아 놓으셨다한다.
맛있을지 모르겠다며.. 시간 나면 와서 가져다 먹으라 한다.
나도 머지않아 앞자리 숫자가 또 바뀌게 생겼는데
엄마는 여전히 내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고 사신다.
언제나 가볍게 편안한 마음으로 나를 보실 수 있을까?
그나저나..
산수유 노 오란 게 왜 이렇게 귀엽게 피고 있던지..
산수유는 가까이서 봐야 예쁜 꽃이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가까이서 보아야 예쁘고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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