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20 145

더운 밤이네..

적어도 삼일은 넘기지 않으려 한다. 날마다 통화하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은 일이 드라고. 엄마랑 통화하는 일은 엄마 목소리로 엄마 컨디션을 살피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적어도 삼일에 한 번도 지키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예전 같으면 내가 사나흘만 전화를 안 해도 엄마가 안부 전화를 하고는 하셨는데 요즘은 어쩌다 정말 어쩌다 일주일 가까이 통화를 안해도 엄마 전화를 받지는 못한다. 엄마가 안 짖던 벼농사를 지어 바쁘셔서 그런지 아님 요즘 트로트 프로그램에 빠져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하고 좀 다른 느낌이라는 거 아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폰 들여다볼 시간도 많고, 노래 들을 시간도 있으면서 엄마한테 전화 한 통 하는 일은 그 보더 더 쉽게 미루어진다.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려고.... 싶다. 모..

토요일 오후

시작되는 더위가 더 힘겨운 법이라고 했던가 덥다는 말이 어느 날부턴가 자연스럽게 입에 오르내리더니 날마다 덥다한다. 큰 아이랑 마트 가서 장을 봐 가지고 오는데 제법 덥더라고 날이 더워 그런지 차 안이 후끈한 것이 속이 울렁거린다. 아침을 건너뛴 탓이리라. 이제 한 끼만 건너뛰어도 바로 티가 난다. 나이는 속일 수가 없는 모양이다. 다섯 시 반 넘어 국수랑 산책을 하는데 바람이 참 좋다. 좋은 바람에 멀리 좀 나가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오늘 저녁은 삼겹살을 구워 먹어야 하니 준비할 것도 있고 해서 동네를 큰 바퀴로 돌기로 했다. 늘 다니는 길에서 샛길을 들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며 걸으면 한 시간은 족히 걸을 수 있으니 오늘 같은 날 딱이다. 빈 논들에 물이 채워지고, 여린 모들이 물속에서 찰랑인다. 논..

더운 날..

여린 더위라고 얕잡아 보기엔 그 기세가 만만찮다. 덥다 느끼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을 하고 땀을 쏟아낸다. 여름이 오기 전에 체력을 먼저 다졌어야 하는데 늘 느끼는 거지만 체력 키우기에는 한없이 게으른 김여사의 여름이 심히 걱정스럽다. 며칠 전.. 옆집 언나랑 국수 데리고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는데 오랜만에 보는~ 동네 유일한 친구가 그 산책길에 합류했다. 걷기 좋은 계절이면 한 시간 반쯤 하는 국수의 산책이 30분 정도로 줄어든 것은 순전히 더운 날씨 탓이다. 시원한 시간에는 나도 바빠서 국수랑 같이 놀아 줄 시간이 없는게 좀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젖은 날이 아니고는 어떻게든 동네 한바퀴라도 돌려고 한다. 거기까지가 내 하루 일과다. 걷다가... 옆집 언니가 옷가게 다녀왔..

행복에 겨운 일요일 아침

갑상선 수술을 하고 내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아침밥으로 부터의 해방이다. 죽을 만큼 버거웠지만 멍에처럼 짊어지고 살아야 했던 며느리의 아내의 엄마의 가장 크다며 크고 하찮다면 하찮은 아침밥 먹이는 일... 나는 기본적으로 밤잠이 없다. 아니 기본적으로라는 말은 좀 아닌 것 같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아홉 시 열시는 나도 모르게 넘어가고, 좀 앉아 폰 좀 들여다 보고 텔레비전도 좀 보고 아들 들어오는 거 확인하고 어쩌다 보면 자정은 밥먹 듯이 넘나 들었다. 그러니 안그래도 아침잠 많은 내게는 죽을 맛.. 거기다 몸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미련하게 그렇게 살았으니 내 몸과 체력은 최저치의 정점이 어디인지도 모르게 추락하고 있었던 거지 그렇게 수술을 하고 나서.....엄마집에서 요양을 하고 와서 달라진 건..

청소기가 그렇게 비싸?

1년쯤 고민하고 생각만 했던 무선청소기를 샀다. 청소만 자주 잘하면 돼지 그렇게 비싼 청소기가 뭐가 필요해~ 싶었던 마음이 자꾸 그 무선 청소리로 쏠린 건.. 10년 가까이 쓰던 청소기가 수명을 다하고 큰아이 자취할 때 쓰던 청소기를 쓰는데 요넘이 무게로 나를 이겨 먹으려 했다. 끌고 다니기도 힘들고 문턱을 넘을 때마다 못마땅했다. 거기다가 큰아이 방 청소하러 가는 길에는 그걸 들고 다니자니 정말이지 힘들었다. 반품 마켓에서 구입했는데 왜 반품이 되었는지 절실히 깨달는다. 청소할 때마다.. 두 번 할 청소 한 번 하게 되고 그나마 큰아이 방은 일회용 정전기포와 청소포로 대충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가 동서들이랑 이야기하는 중에... 청소기 이야기를 했더니 막내 동서.. 형님 하나 사세요~ 낭비도 아니..

간사한 마음

5월도 중순을 넘어서니 제법 햇살에서 여름 냄새가 난다. 움직임이 많아지면 답답하단 생각에 시원한 냉수가 생각난다. 어제 내린 비로 오늘은 꽃가루가 잠잠한 것 같아서 여기저기 문을 활짝활짝 열어 놨다. 바람만큼이나 반가운 새소리가 들린다. 텔레비전 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는 하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엄마 따라 댕기느라 덩달아 바빴던 우리 국수는 엄마가 노트북 앞에 앉는 걸 보고 안심이 된다는 듯 자리를 제대로 잡고 엎드려 졸고 있다. 국수에게도 토요일 일요일이 제일 좋고 편안한 휴일이겠지. 나만큼이나 좋아하는 날들이다. 작은넘이 또 감기에 걸렸다. 괜찮을 줄 알고 지난번 어제 병원 다녀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다시 아프다. 왜 저렇게 반복적으로 아픈지.. 기초 검사 한 번 해 봐야 할 것 같다. 20..

간만에....

오래간만에 청소다운 청소를 해 보려고 베란다를 뒤집었다. 켜켜 묵은 먼지며 떼 국물이 누가 볼까 두렵다. 옆집 언니 대문 앞을 서성이길래~ 흐..... 잠깐 몸을 낮췄다. 엄청시리 깔끔한 그 언니 보면 아마도 기겁을 하고 날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기 때문이다. 베란다 닦고, 현관 계단까지 물청소를 하고 나니 기운이 쫘아악~ 이넘의 체력은 알 수가 없다. 얼마큼이나 채워주어야 하루 정도는 버텨주는지 말이다. 남편 차 내비게이션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려서 커피한잔 들고 와 앉았더니... 국수 배변봉투 챙기고 와 앉았더니 우리집 국수 바깥바람 쐬러 나가는 줄 알고 좋아라 하더니 주저앉아 커피만 마시고 자판기만 두드리는 엄마가 무심한지 앞발 들고 이뿐 짓 몇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