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06

바람 많은 날

그냥. . 2006. 11. 14. 14:59
       
          바람이 아주 많은 날입니다.
            몇잎 안남은 감잎을 마저 다
            떨어트리고야 말겠다는듯
            바람이 늙은 감나무를 휘감고 돕니다.
            위이잉 위이잉..
            바람의 힘찬 승리의 함성소리인지...
            늙은 감나무의 신음소리인지..
            추워서~ 바람이 무서워서
            꼼짝도 않고, 방에 코옥 틀어박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만을 위한 수다와 노래와~~분위기에 푸욱빠져
            허우적대며~ 뜨개질만 죽어라 하고 있답니다.
            후후훗~
            앞으로 일주일 아니면 4~5일 이면
            끝날꺼 같은데..
            그 뒤로는 뭘로 시간 때우면서 살지
            그새부터 걱정입니다.
            울남편 얼어 동태 되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뭐 별루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아니지만...
            고창은 전주보다 바람도
            훨 많코 춥다고 그러는데..
            난방시설도 없는 데서
            온몸으로 이 바람을 혹독하게 느끼고 있겠지요.
            안쓰런 마음과
            혼자 이렇게 따듯한 커피 홀짝거리며
            놀고 있는것이 아주 많이 미안하네요.
            울 남편~ 우리 아버님 아들~~~
            아버님 나무가 너무 커서~~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니 벗어나려고 무던히도 발버동 첬었는데
            그때마다 아버님 그림자에 묻혀..
            그렇게 그렇게 주저앉곤 했었는데...
            아주 많은 투정과 원망으로 벗어나고
            싶어 하다가도..
            어느때는 걍~
            안주하고 그냥 그렇게
            아버님 원하시는데로
            아버님 옆에 꼼짝마~ 하고 있어주더니...
            이제 어느순간
            그 큰 그늘이자, 지붕이자, 버팀목을
            떠나보내버리고,
            이렇게 벌판에 혼자 서 있는 기분..
            어떨까요..
            아버님 계실때..걍 너는너 나는나~ 그
            렇게 했어야 옳은게 아니였나...
            하는 생각~ 해 봅니다.
            마흔이 넘은나이에..
            이제 한 집안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이젠 어떻게든 혼자서 다 해야 한다는
            외로움과...
            다 이해할수 없는 남편만의 어른에 대한
            상실감이..
            한겨울 칼바람처럼 그렇게 온맘을
            후비고 다니는건 아닌지..걱정입니다.
            지금 부는 이 찬바람에 내 남편~
            마음에 살얼음이날카롭게 자리잡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따 저녁때 따듯한 글로~
            문자나 보내야 할까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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