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08

그냥. . 2008. 12. 9. 15:24

남편이 꽤 오랜시간

계산기를 두드리고 앉았다.

"당신도 이제 한물 갔어."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
"왜?"
"그깟 몇 푼 때문에 계산기나 두드리고.."
"야야..너도 니 밑으로 서너명 딸렸어봐라 안그러게 되나?"
"나랑 애들은 항상 자기 밑에 있었거든. 당신만 몰랐지."

"모르진 않았지. 아버지가 계셨잖어."
"그러긴 하지만...아버님은 왜 그러셨을까? 그냥

내버려 뒀어도 잘 살았을텐데..."
"그러게 말이다. 아마...아버지 사는 유일한 끈 같은거 아니였겠냐?"
"그럴지도 모르지만...서로 넘 힘들었잖어."
울 아버님..

우리집에서는 하늘 같은 존재이셨다.

모든 집안 대소사의 결정권은 당신에게 있어야 한다고

느을 주장 하셨고..

모든 돈은 아버지 손에 들어갔다가 아버지 손을 통해

나와야 했따.

남편이 마흔줄에 접어 든 한 여자의 남편이고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 보다는

그냥...당신의 말 잘듣는 아들이였으면 하셨으니까.

물론...나는..며느리이기만 바라셨고..손주들 고사리 같은 손에도

ㅎㅎ..

암튼..그랬다.

벗어나려고...발버동 무진장 쳤지...

그러나 울 아버님한테는 누구도 어쩌지 못할 무기가 있었다는 사실...

지독한 당뇨가 있으신 분의 단식...

그 끝이 얼마나 무서운지...모르는 사람이 없었음으로..

느을...무릎 꿇고 비는 사람은..남편이나 나 ...ㅎㅎ

고래싸움에 새우등은 날마다 상처 투성이였는데..

이제와...돌아보니...

울 아버님..자식 손자 며느리 그렇게 사랑할 줄 밖에

모르렸던건 아닌가..

싶다.

오래된 사진첩을 들춰 보듯...기억은 또렸한데..

감정만 빛바랜 사진처럼..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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