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08

팥죽

그냥. . 2008. 12. 14. 18:50

겨울엔 햇님만 얼굴을 보이지 않으면

몸살을 한다. 춥다고.

그래도 흐린 하늘이 싫치 않은건...ㅎㅎ

꿍꿍이 속에 눈이나 비가 있기 때문일께다.

저녁 밥상이 차려졌다.

옆집에서 가저온 잡채와..

어머니가 얻어오신 팥죽..

점심에 먹고 남은 찬밥과

묵은지 찌개..

간만에 올려진 잡채에 울 아들 손동작이

빨라지고~

우리집 남자..야야 니네 엄마는 잡채 해 준다더니..

언제나 해 줄지 모르겠다~ 며..신이 났다.

팥죽 앞에 절대 어울릴수 없는 찌개엔 손도 안 가고..

맛나다며 잘도 먹는다.

난...팥죽 별루여~

왜? 맛나구만..

큰아이때 입덧으로 고생 고생 하다가

친정으로 쉬러 간적 있다.

그때 엄마는 직장에 다니셨었고..

낮이고 밤이고 암것도 못 먹고

일주일에 한번이나 얼굴 내미는 남편 따라 다니며

영양주사 맞고 버텨 내던 그때..

밤이면 밤마다 왜 그렇게 팥죽이 먹고 싶은지..

날이 새도록 천정 위를 떠 다니는 팥죽이

서럽게도 먹고 싶었다.

어린 맘에..곤히 잠들어 있는 엄마에게

팥죽이 먹고 잡다는 말도 못하고...

그렇게 그렇게 그 지긋하게 더운 여름도 지나고..

난...그 뒤로 팥죽은 처다도 안 본다.

ㅎ...

남편이랑 연애 할때 그렇게도 맛나게 먹고 다니던

그 팥죽이..

입덧하며 암것도 못 먹고 있을때 밤이면 밤마나

나타나 날 괴롭히던 그 팥죽이..

이젠...누가 일부러 가져다 주지 않으면..

안 먹는다.

그때 팥죽이란넘이 날 넘 골탕 먹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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