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천국은 무슨~
우리집 남자는 주인이고
난 리모콘이라는 현실을 알아 차리는데 십분이면 된다.
우리집 남자가 나를 여왕으로 대접해 줄때는
마트 갔을때 딱 그때 한번..
'마마~ 소인이 커트는 밀겠으니 담고 싶은것 담으시지요~'
커트 밀고 다니는것 부터 쇼핑한 것들 들고 다니는 것..
그러니까 짐꾼 노릇 할때만 우리집 남자에게 나는
여왕은 무슨...빼빼다리 우리 마누라 아이구 불쌍한것~
그쯤이다.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늘..
종일 바빴다.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저녁을 먹고..티비 앞에 앉아서.
'리모콘이 잘 안먹는다. 왜 유리는 끼웠어. 리모콘이 안되잖어.'
처음 스카이를 설치 했을때 리모콘하고 스카이 본체하고 친하지 않은지
자꾸 신호를 못 알아 채서 티비장 유리를 뺀적이 있는데
유리 끼운지가 언젠데 스카이 본체가 유리 때문에 신호를 못받는다는
어거지다.
'뭔~ 건전지가 다 됬나부지.'
'그럼 가라 줘야지.'
'왜 갈아 줘야 하는데. 당신이 갈면 되지.'
'아. 참 리모콘이 약하면 딱딱 건전지 부터 갈아 놓는것이 아니라..
투두둘 툴툴.....'
분명 건전지 어딧냐고 어쩌고 저쩌고 할것 같아서 일어나
건전지를 찾아다 줬다.
'아 이렇게 잘되는 것을...'
컴앞에 앉아 오늘은 뭘로 일기장을 채우나...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우리집 남자 절대로 먼저 일어나는 법이 없다.
거실 전화기가 고장난 관계로다가 방으로 뛰어가니
빵집 이모님 전화번호가 뜨는데 끊어졌는지 어머니가 받았는지
오리무중..
'어머니가 받으셨나..'
'전화기 들어봐아~'
'뭘 들어봐. '
'뭔일 있는지 혹시 아냐~'
'뭔일은..빵 가져다 먹으라고 전화 하셨건지~'
'그래도 혹시 아냐?'
'알았어. 알아.'
수화기를 들어보니 어머니랑 통화 하는건 아니고..
'전화해 봐라.'
'아 좀 당신이 해'
'니가 좀 해라.'
'나 컴 하고 있잖어.'
'아이구~ 나 없으면 어떻게 살래 어쩔래 저쩔래' 하더니
통화를 한다.
문닫어라.
리모콘 어딧냐.
핸드폰이 안보인다.
물 한컵만 가져다 주라.
내 서류 못봤냐?
베개 좀 줘바라.
귀밥 좀 봐바라..등등...
우리집 남자는 주인이고
난 주인 손에 들린 리모콘인 것이다.
내가 무신~ 여왕이라구.
착각두 크셔...
'지나간날들 >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큰집 오빠와 올케 언니. (0) | 2010.02.18 |
---|---|
점심시간에.. (0) | 2010.02.18 |
눈온다. (0) | 2010.02.18 |
궁시렁 궁시렁.. (0) | 2010.02.17 |
불꺼진 거실에 우두커니... (0) | 2010.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