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우리집 두렁이가...

그냥. . 2010. 9. 13. 21:51

요즘 우리집 두렁이가 요상해졌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지를 않나...

배  부를때까지는 먹어야 좀 남겨놓았가 참새들에게도

박새들에게도 나누어주던 밥도 시큰둥 팅팅 본척만척 하고...

살랑바람이 부는 해질녁이면 땅바닥에 배 쫘아악 깔고 누워 사르르르 녹아드는 미소 지으며

꾸뻑꾸뻑 졸다가 '두렁!'하고 장난스럽게 부르면

헤헤헤...웃으며 벌떡 일어나 좋아 죽겠다고 꼬리치고

폴짝폴짝 뛰고 난리여야 맞는디...

요즘은 우리 두렁이가 세상에서 젤루 사랑하고 좋아하는 내가 지나가며 아는척을 해도..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두렁아~' 하고 불러도

멍하니 쳐다볼 뿐..... 새침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왤까?

어디가 단단히 탈이났나봐..했었는데...

나는 봤다.

오늘 나는 두렁이가 새침해져 있는 이유를 알았다.

오고가는 그 무엇도 없는 마당에서

두렁이 줄 끌리는 소리가 유난 경쾌하고 감미롭게 들리길래

슬며시 내다본 창밖에는...

멋진~ 백설처럼 하아얀 백구 한마리가 두렁이랑 코맞추고 얼굴 부비고 있는걸...

경쾌하게 줄 끌어가며 발맞춰 부르스라도 추듯 이리로 저리로

얼굴 마주보며 움직이는 두렁이와 그친구를 나는 봤다.

그렇게...

왕자 백구가 왔다가 사라진 다음부터는 한동안 대문밖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기다리는듯 하더니..

이네 집안으로 들어가서는 아무리 불러도 나올 생각을 않는다.

어째..

우리 두렁이 적지도 않은 나이에 첫사랑 상대가 생겼나벼....

애태우는 두렁이 그 첫사랑 상대가...근디.....말여 유부남이라는 사실..

모른채 해야하나..

뜯어 말려야 하나......

ㅎ..

사랑엔 국경도 없다는디..모른척 눈감아 줄까?

 

이번기회에 이뿐 강아지 몇마리 볼수 있음 좋겠다.

사람나이로 네살인디...울집 두렁이 아직 숫처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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