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철딱서니 없는 엄마

그냥. . 2010. 8. 27. 21:15

엇저녁 간만에 남편이랑 함께 아이들 마중을 나갔다.

심각한 큰넘 얼굴..

뭔 안좋은 일이 있었는지..기분이 언짢은지 피곤한지 물어도 아니라더니

'엄마..아무래도 나 전과 해야겠어.' 한다.

'그래..그렇긴 한데 너무 성급한 생각 아니냐?'

'아니야 어제 오늘만 생각한거 아니거든..'

'그래도 중요한 문제니까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 봐. 어차피 전과는 3학년때나

가능하잖어. 2학기 시작이니 한번 열심히 해봐...'

'알았어. 근데 엄마 나 마음 굳혔어..어쩌고 저쩌고......

엄마..나 책 좀 사야하는데.... 공부 좀 해야지..'

'알았어. 인터넷 들어가서 장바구니에 담아 놔 엄마가 주문할께..'

'엄마 엄마. 나도 책~ 2학기잖어. 공부 해야지...' 작은넘이 덩달아

책타령을 한다.

'그래 너도 주문해..'

'야~ 전자사전 어딧냐? 형 좀 쓰자.'

'나 맨날 단어공부 해야 하는데....'

난색을 표하는 작은넘, 있었으면 하는 큰넘..

'큰아들~ 그 전자사전은 니동생 전교 몇등안에 들면 사주기로 해서 사준거 알지~'

'어... 알어.'

'필요하면 너두 사야지. 그치만 지금 당장은 아니야. 너 공부 하는거 봐서 암마가 하나

사줄께..'

'알았어..'

 그렇게 마음 다잡은듯 보이는 아들넘은 컴앞에 앉아 책을 고르더니 티비앞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다.

맘잡고 공부한다는 넘이 티비는 무슨..

잔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그래야 고작 30분도 안되는 시간 아닌가...싶었기 때문이다.

 

현실과 돈...ㅎ..

아들넘은 마음만 먹으면 되고 부모는 그 나머지 뒷바라지를 마음도 마음이지만

돈으로 뒷받침 해야 한다는 사실...ㅠ.ㅠ

 

난..

ㅎ...

철딱서니 없는 엄마는 마음이 싱숭생숭...

불쏘시개로 건드려 놓은 아궁이 같다.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다.

큰넘 독서실 간단다. 독서실비 줘야지.

작은넘 설사를 자주해서 설사하는데 좋다는 약을. 사실 별 믿음  가지 않았지만

혹시 좋아질까...싶은 마음에 거금을 주고 구입했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는 생각...

이달 초..아들넘들 옷사러 가기 그 며칠전에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18만원이라는 곗돈을 탔다.

그돈은 다른데 안쓰고 꼭 내옷하나 사입어야지 했었다.

그래서 아들넘들 옷사러 가는길에 나도 하나 사입어야지...했는데

예상금액 이상으로 아들넘 옷값이 들어 갔다.

그래서 티 하나도 안사고 그냥 나왔다.

올 여름은 버텨줄것 같았던 슬리퍼가 세상 사는걸 포기했다.

그래서 불편하드라도 샌들을 신고 움직였고...

큰넘 슬리퍼 신고 옥상 올라가다가 발목 꺾여 시퍼렇게 어디서 얻어 맞은양

멍이 들었다.

사야는데 사야는데...하면서 급하지 않기도 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아직이다..

거기다 큰넘 안경 바꿨지. 여드름 전용 세안제 인터넷으로 10개나 주문했지.

학원교재 샀지. 공부할 책 산다지..

여성시대에서 온 문화상품권으로는 냄비세트 사려고 마음 먹었는데

그것도 포기하고 큰넘 전자사전 사야될것 같다..

이래저래 내 주머니는 아들넘들 향해 열려있는 수도꼭지 같다는 생각..

갑자기 밀려드는 허무..

알수 없는 허무. 허무..허무..

그랬다지.. 어미 우렁이가 제살 뜯어 새끼들 먹여 건강하게 자란거 보고

죽어가며 물 위로 떠오르니까 새끼 우렁이들이 울엄마 우리 버리고 도망가네....그랬단다.

 

그렇게 뻑뻑하게 살아야 유지될만큼 빈곤한것도 아닌데

내 삶의 방식이 한몫 하기는 하지만..

아이들한테 들어가는 부분이 워낙 많으니.......

철없는 엄마 돈이라는 것 앞에 자식이고 뭐고 허무에 휩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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