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자식은..

그냥. . 2010. 8. 26. 20:00

엇저녁 큰넘 태우고 작은넘 학원 앞으로 가는길..

마른 번개가 소리도 없이 번뜩이고 바람결 사이사이 시원한 빗물을 느끼며

앞차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는데 큰넘의 깊은 한숨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왜?'

'아니 그냥..'

'왜에. 뭔일 있냐?'

'뭔일 있는것은 아니고..이제와서 생각해 보니까 정말 후회되는 일이 있어서...'

(요넘이 그동안 가방메고 친구들 만나는 재미로 학교 다니더니 그것이 후회스러운가...)

혼자 생각하며 물었다.

'뭔데 뭐가 후회되는데...'

'................'

'말을 해야알지. 그러고 있으면 알수 있냐? '

'이과, 문과 결정할때 문과 선택할껄 그랬어.'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어?'

'갑자기는 아니고..그때 1학년때 적성검사 했을때도 문과쪽이 높게 나오기도 했고...

문과에서 하고 싶은것이 생겼거든'

'문과는 좀 취업 문이 좁지 않냐?. 엄마는 잘 모르는데 아빠나 삼촌이 그렇게 이야기 하던데..'

'그러긴 한데...그렇다고 해도 뭐든 열심히 안하면 어려운건 다 같은거잖어.'

(아빠가 이과 가라고 그랬던것 같은데....잘못했나..)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그때부터 문과쪽 선택하고 싶었으면 이야기 하지 그랬어.'

'긍게. 아빠가 처음엔 이과 가라고 하다가 마지막엔 잘 생각해서 나 하고 싶은데로 하라고

그랬는데 그냥 이과 썼거든..'

'뭐가 하고 싶은데?'

'.....................'

'어?'

'좀 있다가 나중에 이야기 할께..'

'너는 꼭 그러드라. 왜 다른 말들은 시키지 않아도 잘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말을 안해.

니 생각을 들어봐야 엄마가 도울 수 있을지 없을지도 생각해 보고 하잖어.

조금 있다가 이야기 한다고 해놓고 또 그냥저냥 너머가 버리려고?

그러지 말고 이야기 해봐. 어느집단에서건 말이 얼마나 중요한줄 아냐?

말은 늘 조심해야 하는것이긴 하지만 할말은 해야 해,

내가 말하지 않아서 보는 손해는 누구한테 말도 못해. 의사표현을 얼만큼 설득력있게

잘할수 있느냐에 따라서 그사람의 존재감 자체가 달라지는거거든...뭔데?"

'엄마 있잖어 심리학과라고 들어봤어?'

'어....심리 상담 뭐 그런거?'

'어...그게 내 성격에 잘 맞을것도 같고, 앞으로 전망도.....................'

'근데 그거 의과계열 아니냐? 의과계열은 니 성적으로 되겠어?'

'의과계열은 아니고 사회인문학계열이야. 심리학과는 공부도 많이 해야해. 다른과보다... 적어도 석사까지는...'

'공부 많이 해야 하는건 니 자신과의 고민만 하면 되고 니가 열심히만 한다면

뭔들 못하겠냐. 어때. 니 성적으로 가능성은 있어?'

'어 될것 같아. 그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지.'

'열심히 할수 있을지. 진짜루 하고싶은 공부인지..잠시 잠깐 스치는 충동인지 더 많이 고민해보고

니 마음이 확실하면 전과하면 되겠네.'

'긍게..그때 문과 선택했으면 좋았을껄....'

'지나간건 후회 천번 만번 해봐라 뭐가 바뀌는가. 암것도 바뀌는거 없거든.

후회 천만번 하느니 마음 다잡고 새로 시작하는게 훨씬 빠르거든. 그러니까

마음 가는데로 해. 사실 엄마나 아빠 세대하고는 많이 달라서

너한테 많은 도움이 되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리고 선택은 항상 니몫이야.

니 인생이잖어. 엄마 아빠가 대신 살아줄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고..

다만 엄마나 아빠가 니들한테 해줄수 있는것은 먹을것, 입을것 챙겨가면서

공부시키고, 아프지 않게 신경쓰고, 거기다 좀 더 잘 자라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잔소리나 하는거 그것까지라고 생각해. 잘 생각해봐. 정말로 열심히 하고 싶은 분야인지.

열심히 할수 있을것 같은지.. 엄마 생각에도 우선은 니 성격에는 잘 맞을것도 같으다.'

 

아들넘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겼다는것에 대한 묘한 기대에 가슴이 설레였다.

열심히 할꺼야..라는 말 한마디에 열두번 기대하고 열한번 무너지더라도..

나머지 한번을 다시 기대하게 하는것이 자식 아닌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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