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점심때...ㅎ.

그냥. . 2010. 9. 4. 15:03

 

열두시 사십분 점심을 챙기러 주방에 나왔다.

여느때 같으면 먹기 시작했거나 했을 시간..

냉동실에 만두를 꺼내 달궈진 팬에 올려놓기 시작하는데

'밥 안먹냐?' 어머니 말씀이다.

'먹어야지요.' 그리고는 만두를 굽기 시작했다.

토요일이라 큰아이가 동네 들어오는 버스 타고 들어오는 시간이 한시..

그러니 따로 주기도 뭐하고 해서 늘 그랬던것 처럼 함께 먹으려고 조금 늦게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스렌지 앞에서 만두 굽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딸그닥 딸그닥..

쌩한 바람과 함께 울어머니 밥한대접 퍼서는  찬물 말아 퉁탕거리며 냉장고 뒤져

그 많은 반찬그릇 사이에서 된장을 찾아 내시어 숟가락 하나 들고는

방으로 쌩하니 들어가 버리셨다. 그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ㅠ.ㅠ

내 심장은 벌렁벌렁..요동을 치고...

금새 큰손주 온다는거 모르시지도 않을텐디...............

그렇게 만두가 다아 익어갈때쯤 밥그릇 들고 나오셔서는 퉁탕거리며

들고 가셨던 그릇을 씻어놓고는 찬바람만 쌩하니 남겨놓고 쾅~ 방문닫고 들어가 버리신다.

'배고프다. 빨리 먹자.'하시던지....ㅠ.ㅠ

그 사이 큰넘이 돌아오고....

차려진 밥상에 남편이랑 비잉 둘러 앉았는디 도대체가 진정이 되지 않는 심장이라니..

밥이 들어가질 않는다.

'못먹겠어...' 했더니

이미 분위기 파악한  남편이 체하니까 좀 있다 먹으라고 하고 우두커니 앉았는데

울엄니 쌩하니 주방으로 들어와 포트에 물 올리고는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고.....하시며

못마땅한 내색을 퐁퐁 풍기시다가 커피잔 들고 들어가셨다.

며느리 밥도 못먹고 우두커니 앉았는 꼬라지 보면서 울엄니 어떤 마음이셨을까....ㅠ.ㅠ

ㅎ..

저것이 아직 나를 무서워 하는구만~ 하고 통쾌해 하셨을까.

아님.....그냥 마냥 밉고 못마땅하기만 하셨을까.

아무 일 없었다는듯 아이들이랑 남편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 하는 모양새가

울화통이 터지셨을까......

그렇게 점심식탁이 정리되고...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에.....................

내사랑 그대 내곁에 있어주 이세상 어쩌고 저쩌고...' 같은 노래를 수도없이 반복하며 흥얼거리면서

설거지를 했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으면 나오는 나도 모르는 내 습관이다.

오늘은 왜..내사랑 내곁에라는 노래가 흘러 나왔는지 모르지만..

난...아직도 울어머니 행동 하나에 심장이 벌렁거리고 소화도 못 시키는

내 자신이...정말이지 바보 멍충이 같고 싫타.

 

맨날 이런 아무것도 아닌일로 극도로 예민해지는건 아니다.

요 며칠...기름과 물의 경계가 무너지듯 그렇게 지내는듯 했었다. 어머니랑..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당황스러움이 생기고 보니

난....전보다 더 단단한 얼음이 되어서 꽁꽁 얼어 붙었고...

녹으려고 흐물흐물해지던 마음은 어느새 섣달그믐밤 찬바람처럼 쌩하니 얼어버렸다.

사실...

어머니 상황 고려 안하고 큰넘 기다려 점심 먹어야지 했던 내 발상이 잘못된건지도

모르겠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분이시라는걸..잠시 잊었다는 사실이 말이다.

관계속에서 늘 긴장하고 살아야 하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울엄니는 모르시는가벼..

차라리..배고프시면...밥먹자~ 10분전에만 말씀 해주셨어도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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