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나는 종종 내 아이에게 독이 되기도 하나부다..

그냥. . 2010. 9. 8. 17:47

점심때 들어오는데 우편함 앞에서 남편이 고개를 갸우뚱 하며

우편물 하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왜? 뭔데..'

'큰넘 학교에서 왔네. 뭐지?  성적표 나올때도 아니고...'

'모의고사 봤더다니 그거 아녀? ...............보고 열 받지 마...'

'뭐. 열받을게 뭐 있어. 성적이 내맘대로 되냐.'

이런 저런 다른 우편물부터 확인하는 남편손에 들려있는 성적표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어디....우리 큰넘 성적표 한번 볼까나..' 의미심장한 말한마디 던지고 무겁게

꺼내든 성적표가  낯설은 느낌이고..

남편이 보고있는 반대편에는 내가 지원 가능한 대학이라는 표와 함께..어쩌고 저쩌고....

'와우~ 학교에서는 딱 중간이고...전국에서는 그래도 학교수준보다 쬐끔 낫네.~ 수도권 지원 가능이라는디..'

'어디. 어디봐봐 정말이야?'

'어. 여기 봐~' 하며 보여주는디 정말 그렇게 적혀 있다.

수도권 대학도, 지원할수 있는 과도 천차만별이겠지만...어쨋건 말만 들어도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나오면서.......

함부로 말한데 대한 미안한 마음이 안개처럼 내려 앉았다.

지난 기말고사때였나부다..

하도...하도...공부도 안하고....시험기간이 평소보다 더 한가하길래..

'너 그래서 전북대나 가겠냐!' 했다. 사실 여기선 전북대가 최고 학부다.

'내가 가고싶은 과 전북대는 가지 ...' 했다.

'너처럼 놀면서 전북대 갈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 전북대가 어디 누구네집 대문인줄

아냐? 니 맘대로 그렇게 들어갈수 있는 줄 알어. 어. 너처럼 공부하다간 인~서울은 고사하고

인~ 전주나 하겠냐. 저어기 더 시골로 유학이나 가라..' 했었다.....

말해놓고 이미 후회하고 있었지만......

말이라는것이...

그넘의 말이라는것은 절대로 새로고침을 할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이 뼈 아팠다.

내 이런 아들을 무시하는 발언들이 큰넘의 기를 팍팍 꺾었던것을 알고

조심한다 열번도 백번도 더 다짐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그 말에...아들이 얼마나 상처 받았을까...

내 아이의 위치가 어느정도인지..

내아이가 원하는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학교에서 가져오는 성적표만 가지고

넌 안돼...너는 안돼...했던 나는 엄마 자격도 없다.

너는 안돼...가 아니라..

방황하고 있는 아들넘을 그냥 따듯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 주었더라면 아이는 좀 더 일찍 마음을 잡지 않았을까...싶기도 하다.

 

아직...

앞으로 1년이 넘는 시간이 아들앞에 있고....

전국 1프로가 있음 전국 99.9프로도 있는 법이고..

더 열심히 하면 물론 더 좋겠지만...

아니라 해도 아들넘 기를 팍팍 꺾어버리는 일은 적어도 하지 말아야지....싶다.

 

어쨋건..기분은 좋고..

남편은 칭찬 많이 해주라며.........희망이 보인다고 호들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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