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오후 늦게 세탁기 돌려 널어놓은 이불을 걷으러
항공무함 같은 큰아이 슬리퍼를 찍찍 소리나게 끌고걷다가
어머니 방 창문밖을 지나치는데 신경쓰여 살금살금 걷기도 하다가
계단을 통통거리며 옥상에 올라갔다.
멀리 도시의 불빛들이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허공을 장식하고, 하늘엔 별빛도 달빛도 없이 그저
맹하니 바람에 흐르는 구름만 보인다.
'아직 덜 말랐네. 내일 아침에 새로 널어야겠어.
그래도 바람 참 좋다. 역시...가을은 오고 있는거야.' 중얼거리며
계단을 총총총 걸어 내려오다가
십수년을 수도없이 오르내리던 계단이였건만..
마지막 계단인줄알고 내딛은 발이 두 계단을 건너뛰어
삐끄더더더덩....발목이 꺾이면서 계단 모서리에 엉덩이를
들이 밀며 너머지고 말았다.
'아야야' 나도 모르게 소리를 꽥 지르고..
일어서려는데 발목이 머엉 하다.
현관을 들어서며..
'자갸~ 나 계단에서 너머졌어.'
'어쩌다가? 그러게 깜깜한데 무슨 옥상에 올라가고 그러냐?'
'어떡해. 이불이 옥상에 있는데...'
'내일 걷어오던지 하지..'
'밤에 이슬이 얼마나 내리는데..아..아퍼.'
'조심 해야지. 많이 아프냐.' 하며 눈을 흘긴다.
'ㅎ...자갸. 나 오른발목이다. 만의 하나 기브스라도 하게 되면
저녁마다 꼼짝마라다.'
'저녁마다 꼼짝마라는 괜찮은데. 할일이 많지 않냐. 너?'
'어쩌겠어. 깁스 한다고 못할 일도 없어.'
'그래도 어떻게 그래 아플텐데...'
자꾸 웃음이 났다.
참 바보같지. 아픈데. 둘이 깁스하고 돌아다니는 상상을 하니
자꾸 웃음이 나는것은 어쩔수 없드라고..
난 아직 발목이 얼얼하니 저린듯 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많이 붙거나 그러진 않았다.
깁스할정도는 아닌가벼.
아들넘 오면 엄살 좀 부려볼까나...
엄마도 아프다고..ㅎ
그럼 울 아들넘 엄마 조심 좀 하지이~ 하면서 잔소리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