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날들/2010

친정 아버지 벌초 다녀왔다.

그냥. . 2010. 8. 30. 21:25

 

친정아버지 벌초하러 가자 했다. 남편이

이번주중에 태풍이 올라온다는 뉴스를 보더니 서두르는거다.

거기다 비오는 날이 많기도 하고 지금쯤 벌초를 해야 추석에 동생이며

친척들 와서 볼때 적당히 자라 보기가 좋을꺼라며 서두른다.

그런데 나는 서두를 수가 없다.

왜냐하면..내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시어버님이면 내가 더 서두르고 내가 먼저 이야기 꺼내는데

내 아버지는 그러기가 좀 어렵다.

그런 내맘 알고 먼저 말 꺼내주는 남편이 늘 고맙다.

 벌초하러 가는길 빗물이 오락가락 했다.

빗물 덕인지 선선한 바람이 벌초하기엔 괜찮을것 같기도 했다.

 

벌초하러 가면서 처음 드는 마음은...

자주 찾아뵙지 못한데 대한 죄송함이다.

엄마네 가는길에 잠시 2~30분이면 들렸다 갈수 있는곳에 아버지가 계신데

그 길이 쉽지 않은 길이 되어버렸다. 언제부턴가...

세월의 깊이가 깊어진 만큼 아버지에 대한 애뜻함은 얇아졌나부다....

아버지 산소에 도착해서 드는 두번째 마음은....

조심스러움이다.

벌초라는것이 아무것도 아닌것 같아도 절대로 아무것도 아닐수가 없다.

이맘때쯤이면 심심찮게 들려오는 뉴스들이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사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언제 어느곳에서 벌이 또는 뱀이 튀쳐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조심스럽다.

친정 벌초하다가 다쳤네....소리는..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하다.

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예취기소리에 풀들이 흩어져 날린다.

아버지 한숨이나 지친 외로움처럼..

그렇게 아버지 한숨을 한번 두번 예취기로 조심스럽게 남편이 위로해 드리면 난 손수건으로 눈물 닦아 드리듯

갈퀴질을 한다.

갈퀴질을 하면서도 시시때때로 남편의 안전을 살피고, 날아다니는 날벌레들의

동태를 살핀다.

혹시 벌 비스므리한것이라도 있음 조심해야 하니까..

그렇게

깊은 외로움에 젖어 계시던 내아버지의 집이 시원하고 깨끗하게 정리될 즈음이면..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아버지..감사해요.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이렇게 아버지집을 깨끗하게 손볼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구요.

아버지 사위에게도 감사하고 싶어요.

아버지. 사위랑 딸 욕봤죠...

아버지 이제 맘껏 바람도 즐기시고, 햇살도 즐기세요...

깨끗하게 정리된 아버지 앞에 조촐하게 술한잔 드리고

주저앉아 올려다 본 하늘엔 엷은 구름사이로 빛이 아버지의 미소처럼 푸근하다.

돌아오는길...

문득문득 가슴을 치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들이 이슬처럼 아롱거린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나보다 열배는 더 힘들었을 남편은 운전을 하고..

나는 스르르르...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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